신미경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예치원) 원장은 10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도박을 접하는 청소년이 어려지고 늘어나는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예치원에 따르면 도박 문제로 치유·상담 서비스를 받은 청소년은 2020년 1286명에서 2023년 2093명으로 증가했고 지난해는 4144명으로 증가했다. 4년 만에 약 3.5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신 원장은 “예치원을 찾지 않은 청소년들도 상당히 많은 수준”이라며 “스마트 기기를 통해 불법도박 시장에 접근하기 쉬워진 환경도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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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원장은 최근 청소년 도박 경향이 과거 ‘스포츠 도박’이나 ‘실시간 게임’에서 불법 온라인 카지노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포츠 도박이나 실시간 게임과 달리 불법 온라인 카지노는 24시간 이용할 수 있고 바로 결과를 볼 수 있어 중독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는 “기존 청소년 도박의 행태가 게임의 형태였다면 최근 성인 도박과 유사한 모습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8월말 기준 카지노 도박을 이용한 청소년 비율은 59%로 2020년 대비 7배가량 늘었다.
성인과 달리 청소년은 아직 성장을 마치지 못해 자제력이 떨어지고 중독에 더욱 취약하다. 신 원장은 “청소년 도박으로 인해 우울·불안·스트레스와 같은 정신건강 문제가 유발되고 학업에 집중하지 못해 성적이 떨어지는 경우나 징계를 받아 학업을 중단하는 경우도 있다”며 “심지어 돈 문제로 2차 범죄에 연루되거나 법적인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고 경고했다.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나 도박으로 생긴 빚을 갚기 위해 중고 거래 사기부터 절도, 폭행까지 다양한 범죄에 손을 대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인터넷 환경에서 싫든 좋든 불법도박에 노출되고 있는 만큼 예방 교육은 청소년들이 보다 안전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며 “각 가정과 학교에서 아이들을 위해 먼저 도박 예방 교육에 참여하고 아이들이 도박에 빠져들지 않도록 보호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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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에 빠진 청소년들은 단순히 불법 도박에 참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른바 ‘총책(또는 총판)’으로 불리는 모집책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학교 내 친구들을 자신이 이용하는 불법 도박 사이트로 유인하고 이에 대한 대가로 사용 금액에 대한 수수료(1.2%)와 잃은 금액 30%를 받는 식이다. 이렇게 큰 돈을 만진 이들은 성인이 된 이후 총책들을 총괄하는 업무를 하거나 불법 도박 사이트 개점을 준비하기도 한다.
신 원장은 불법 도박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을 ‘예방’으로 꼽았다. 그는 “일단 중독이 되면 회복에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하고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예방 교육을 통해 청소년 스스로 불법 도박임을 인지하고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저항성을 기르는 것과 함께 부모나 학교가 도박 문제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민감성’을 길러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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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원장은 도박 문제는 이미 현실이 된 만큼 이를 똑바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미 불법 도박 문제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인 경우가 상당수”라며 “(가정과 사회가) 청소년들을 보호할 수 있는 도박 문제 예방 교육에 참여하도록 하고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