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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시민후견이 실제로 적용되는 가장 대표적인 상황은, 치매 초기 단계의 독거노인, 발달장애 성인, 지적장애를 가진 고령자, 혼자 살다 건강 악화로 시설 입소가 필요한 노인 등이다. 이들은 가족이 없거나 가족이 있더라도 실질적인 돌봄을 제공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전문가 후견을 의뢰하기에는 비용 부담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후견인은 가까운 곳에 사는 지역 주민으로서 병원 진료에 동행하여 의료 동의 절차를 돕고, 요양시설 입·퇴소 계약에 참여하며, 기초생활수급·돌봄서비스 신청을 대리한다. 때로는 금융기관을 방문하여 생활비 인출을 도와 전기료 등 필수 비용을 납부하도록 돕고, 노인들이 살고 있는 주거도 정비하고, 필요한 행정절차가 있다면 이를 도와준다.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 즉시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믿고 맡길 수 있다.
다른 후견인들과 다른 것은 시민후견인이 재산 관리에 집중하기보다는 생활밀착형 보호자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전문가인 변호사나 법무사는 법률·재무 중심의 업무를 맡고, 가족인 후견인은 병원에서 어떤 치료를 받을지 신상에 관하여 결정하지만, 시민후견인은 일상의 의사결정과 정서적 돌봄을 맡는다. 이로써 일본에서는 “먼 친척보다 옆집 이웃이 낫다”는 말이 실제 제도로 구현되고 있다. 아직 일본도 시민후견제가 잘 정착된 것은 아니지만, 이웃을 후견인으로 한다는 참신한 제도를 도입한 것은 그만큼 가까운 곳의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그러나 시민후견제는 준비되지 않은 채 도입해서는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다음과 같은 전제조건이 반드시 필요하다. 우선 시민후견인에 대한 철저한 교육·검증 시스템의 구축되어야 한다. 일본은 시민후견인이 되기 위해 수십 시간 이상의 법률·의료·복지 교육을 이수하게 하고, 자격 심사를 거쳐 단계적으로 업무를 제한한다. 우리도 도입한다면 시민후견인에 대하여 표준 교육과 자격 인증제, 지속적인 평가와 재교육 체계를 제도화해야 한다. 그 다음으로 공공의 감독과 지원 구조 확립이다. 시민후견인의 활동은 법원 단독 감시만으로는 부족하다. 지자체와 사회복지기관, 지역 네트워크가 상시 모니터링 체계를 형성하고, 위법·부적절 행위 발생 시 신속한 교체와 징계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되어야 시민후견인들이 함부로 잘못된 행동이 불가능하게 된다. 그 다음으로 시민후견인의 법적 책임 구조와 안전망 정비이다. 시민후견인의 책임 범위와 국가 보장 한계를 명확히 하고, 사고 발생 시 피해 회복을 위한 보험 제도와 국가 배상 시스템이 준비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역 돌봄 인프라 복원이다. 시민후견제는 단독 제도가 아니라 지역 복지관, 주민센터, 사회복지협의회, 의료기관 등이 촘촘히 연결된 지역 시스템 속에서만 작동한다. 후견인은 고립된 개인이 아니라 공동체 돌봄 네트워크의 한 축이 되어야 한다.
시민후견제는 단순한 후견 제도의 확장이 아니다. 이것은 초고령사회가 스스로를 지탱하는 방식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이다. 가족도 국가도 단독으로 감당할 수 없는 돌봄의 영역을, 시민 공동체의 참여로 메워 나가는 모델이다.
■조용주 변호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사법연수원 26기 △대전지법·인천지법·서울남부지법 판사 △대한변협 인가 부동산법·조세법 전문변호사 △안다상속연구소장 △법무법인 안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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