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은주 ‘우연한 구름’(사진=브라더컴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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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산꼭대기가 평평한, 위에서 본다면 움푹 파인 구멍이 매우 신비하게 보일, 거대한 사발 모양의 분화구. 제주 성산일출봉이다. 그런데 차라리 신이 만들었다 해야 할 그 방대한 ‘성채’가 이렇게 부드럽고 깜찍하게 변신할 수 있는가. 작가 최은주(34)가 특유의 붓터치로 빚은 성산일출봉 말이다.
작가는 현실 풍경에 구름과 안개, 연기 등 몽환적 요소를 붙여 실재하지만 실재하진 않는 장면을 그려낸다. 대상의 특징만 뽑아 간략하게 살려내고 분홍·보라·하늘색 등 흔치 않은 색감을 씌워 마치 꿈속 장면인 양 만들어내는 거다. 덕분에 단순하지만 단순하지 않은, 동화스럽지만 동화는 아닌 묘사가 가능해졌다.
지난 10여년, 제주에서 찾은 소재로만 작업했다. 나무·달·풀밭처럼 굳이 제주가 보이지 않는 풍경도 여럿이다. 언젠가 다랑쉬오름에 올랐던 경험이 강렬했단다. 궂은 날씨에 이 세상이 아닌 듯한 자연을 봤다는 건데. 느닷없이 나타났다가 홀연히 사라질 ‘우연한 구름’(2018)이 피어오른 배경이다.
8일까지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한도로 복합문화공간 오르다서 여는 개인전 ‘우연한 구름’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혼합재료. 139×162㎝. 작가 소장. 브라더컴퍼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