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를 겪은 일본의 경우 법정 정년은 60세지만 사실상 65세 효과를 내고 있다. 일본 정부의 ‘고령자 의무 고용’ 조치 덕이라는 평가다.
일본은 1994년 고령자고용안정법에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두도록 의무화한 이후 지금까지 법정 정년을 바꾸지 않았다. 대신 △2000년 65세까지 고용확보 노력 의무화 △2004년 65세까지 고용확보 의무화(대상자 한정) △2012년 65세까지 고용 의무화(희망자 전원)에 나섰다.
 |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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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퇴직한 근로자가 더 일하기를 희망하면 해당 기업은 정년 연장과 폐지, 재고용 등 어떤 방식으로든 65세까지 고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여기에 2020년엔 70세까지 ‘취업기회 확보 노력’을 의무화했다. 사실상의 정년 효과를 현행 65세에서 70세로 늘리는 안을 추진하고 있는 셈이다.
일본 기업의 상당수는 재고용을 도입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선 정년을 연장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추세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일본 기업 중 정년을 연장한 기업은 2018년 16.1%에서 지난해 28.7%로 늘어난 반면, 재고용을 도입한 기업은 같은 기간 81.3%에서 67.4%로 줄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3년 7월 ‘일본 정년 제도의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계약직 재고용’ 형태가 주를 이루는 계속고용 제도의 선호는 고령자의 근로조건 악화와 함께 근로의욕을 저하한다는 문제가 새로운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본에서 고령 근로자의 근로의욕을 높이고 생산성 증대를 위해 비용 절감이 가능한 재고용 대신 정년 연장을 택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 정부도 일본식 정년 제도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상황이 같지 않아 그대로 따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정흥준 서울과기대 경영학과 교수는 “일본은 우리와 달리 노사가 정부 정책에 순응적이며 노조도 경영계와 협력적이거나 제 목소리를 내지 않는 편”이라며 “정년과 관련해 일본과 비교를 많이 하지만 다른 부분이 굉장히 많다”고 했다.
임금체계와 관련한 법 해석이 다른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정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일본은 정년 연장이나 고용 연장을 위해 임금체계 변경 시 사회 통념적으로 객관적이고 합리성이 있다면 노조가 반대해도 가능하다”며 “하지만 우리나라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과반수로 조직된 노조 동의나 근로자 과반의 동의를 받지 못하면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취업규칙을 바꿀 수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