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기후변화와 '제로 에너지 건축'

  • 등록 2025-02-26 오전 5:00:00

    수정 2025-02-26 오전 5:00:00

[박덕준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제로에너지빌딩센터장] 올 1월 발생한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역대급 산불은 도시화, 그리고 기후 변화로 인한 기후재난의 지속화 및 대형화를 보여준다. 2015년 파리기후협정을 주도한 미국이 정권 교체 때마다 탈퇴와 가입을 반복하고 있는 사이에도 온실가스 배출량은 지속 증가하며 지구는 더워지고 있다.

미래 세대를 위해 전 세계는 기후변화 대응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에너지효율 향상은 그중 가장 기본이 되는 전략이다.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줄인다는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계획’(2030 NDC)에도 청정 에너지원 사용 확대 노력과 함께 전환·산업·건물·수송 등 전 부문에 걸쳐 에너지효율 향상을 주요 수단으로 강조하고 있다. 에너지를 사용하는 수요 측과 이를 생산하는 공급 측의 균형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건물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2020년 제로에너지건축 의무화를 공공부문에 시행했고 올해부터 민간 건축물로 확대하는 등 신축 건축물 측면에서의 노력을 이미 시작했다. 앞서 2009년 발표한 로드맵에 따라 단계적으로 건축물 단열기준을 강화하고 인증제도를 시행하는 등 저변도 확대되고 있다.

국민이 안락하게 거주하는 주거용 건축물과 생산적 활동을 하는 비주거 건축물은 에너지 수요의 중요한 축이자 소비처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도 미국·유럽 등 선진국처럼 건물 부문에도 ‘에너지공급자 효율 향상 의무화제도’(EERS) 도입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에너지 부문에선 이미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를 대상으로 EERS를 추진하고 있다. 에너지를 판매하는 에너지공급자가 판매량에 비례하는 연도별 에너지절감 목표를 부여받고 소비자의 에너지효율 향상 사업에 투자해 절감 목표를 이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에너지공급자의 사회적 책임성을 높이고 효율혁신 생태계를 확산하는 것이다. 에너지공급사별로 투자품목의 차이는 있으나 전동기, 발광 다이오드(LED) 조명 등 성과계량(M&V)이 비교적 용이한 개별 설비 위주로 지원하고 있다. 기술과 사업의 융·복합과 에너지사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의 다양화로 그 대상도 넓어지고 있다.

그러나 제로에너지건축물은 에너지효율이 우수한 자재 및 설비를 복합 적용하는 종합적 기술임에도 사용 행태의 다양성과 그에 따른 에너지절감 성과 계량이 어렵다는 이유로 EERS 투자품목에 포함되지 못했다.

인간의 수명이 늘수록 기본 체질을 건강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처럼 건축물의 에너지효율도 단열, 기밀성, 고효율 기계·전기설비 등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은 그렇게 원천적으로 에너지를 적게 사용해 에너지 공급 측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건축물을 목표로 한다.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은 각 설계요소에 대한 전체 건물(Whole-building) 시뮬레이션을 통해 건축물 에너지효율을 평가·인증하는 제도다. 그 과정에서 요소별 성능을 최적화할 수 있다. 미국은 주별로 신축 건축물에 대해 정해진 기준보다 10% 이상의 에너지를 절감할 경우 에너지 공급사가 킬로와트시(㎾h)당 0.1~0.2달러의 리베이트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우리나라도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과 EERS 사업을 연계한다면 국제규격에 따른 시뮬레이션 결과를 바탕으로 에너지 절감량 산정 및 투자금액 설계가 가능하다. 인증 요건인 건물 에너지관리 시스템(BEMS)과 원격검침 계량을 성과 모니터링에 활용할 수 있다. 건축물 준공·운영단계에서 사용행태를 반영한 베이스라인을 설정하고 물리적 성능과 함께 행태에 따른 절감량을 평가하는 체계도 마련할 수 있다.

에너지효율과 경제성장이란 두 화두를 아무런 변화 없이 혁신적으로 확산하는 건 불가능하다. 에너지 절약 전문기업(ESCO) 사업과 성과 검증, 컨설팅, 커미셔닝 등 건축물 에너지효율 시장에서 실력 있는 엔지니어링과 창업가 정신을 고취할 수 있도록 제도 간 연계와 유연한 협력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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