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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저출생 극복의 해결책으로 거론한 ‘가족계수제’가 월급쟁이 감세의 한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해당 조세 제도를 갖추려면 대규모 세 수입 감소를 충당할 수 있는 세수 확보 방안이 필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프랑스식 가족계수제를 도입하면 현행 소득세(2023년 기준·80조 6000억원) 수입 대비 연간 31조 9200억원의 세수가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공약한 소득세 물가연동제의 세수 감소 폭(5년간 31조 7000억~49조 9000억원)과 비교해도 막대한 세수가 증발한다.
세수 감소에도 이재명 후보가 가족계수제를 언급한 것은 적색등이 켜진 우리나라의 출산율을 끌어 올리기 위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프랑스식 가족계수제는 가족 친화적 세제 개편안 중에서도 선진적인 시스템으로 평가받고 있다. 프랑스는 지난 1945년 세 부담 경감과 출산율 제고 등을 위해 제도를 도입하고 지금까지 유지 중이다.
구체적으로 부부(약 1억 5000만원)와 3자녀 가족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먼저 과세표준은 1억 5000만원에서 가족계수 4를 나눈 3750만원이 된다. 구성원은 총 5명이지만, 계수 단위를 달리했기 때문이다.
다만, 고소득 다자녀 가정에 혜택이 쏠릴 수 있고 무자녀 부부나 단독가구 계층의 조세저항이 클 수 있어 세금 감면 한도를 따로 뒀다. 자녀의 계수는 0.5명당 최대 1759유로(한화 약 275만원)까지만 감면이 가능하다.
전문가들 “저출생 완화 효과 살피고 사회적 합의 거쳐야”
이 때문에 보고서를 낸 조세연 역시 세수 확보방안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조언한다. 조세연이 가족계수제 도입 시 과세표준 3억원 이하 구간 세율 3%포인트 인상, 근로소득세액공제 축소 등 세수확보 방안을 적용했을 때 세수 감소 폭은 1조 9300억원으로 대폭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혜택을 받지 못한 계층에서 조세저항이 나올 수 있다. 오종현 조세연구본부장·권성준 세수추계센터장은 “단독가구나 무자녀 맞벌이 가구 등 세 부담이 급격히 증가하는 계층이 존재하게 되고 이들로부터 상당한 조세저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프랑스와 달리 국내 환경에서 세수를 줄일만큼 가족계수제의 저출생 완화 효과가 높은지 심층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며 “무자녀 부부의 반발도 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당장 도입하기 보다는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한다”고 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영학부 명예교수는 “장기적으로 성장률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가족계수제와 물가연동제 모두 세수 감소를 유발해 재정건정성이 악화할 우려가 있다”며 “두 제도가 실현 가능하려면 증세가 동반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