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12일, 미국 대통령 선거 유세 현장에서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군중에게 외친 한마디다. 상대 후보의 이름이 언급되자 청중이 야유를 퍼붓는 순간, 오바마는 감정을 표출하는 대신 직접 행동하라고 요구했다. 단호하지만 절제된 그 외침은 대선을 하루 앞둔 지금의 한국에도 똑같은 울림을 준다.
내일 우리는 제21대 대한민국 대통령을 뽑는다. 그러나 선거일을 하루 앞둔 오늘까지도 많은 유권자는 누구를 선택할지 결정하지 못했다고 한다. 정당들의 행태는 실망스럽고, 후보들의 언행은 믿음을 주지 못한다. 그래서 이도 저도 싫다며 투표를 포기하겠다는 사람들까지 생겼다.
유권자들이 결정을 미루는 가장 큰 이유는 이번 대선에서 ‘정책’이 실종됐기 때문이다. 후보들의 공약집은 사전투표 직전에야 공개됐고, TV토론은 정책 논의보다 인신공격과 말꼬리 잡기에 치우쳤다. 언론도 깊이 있는 정책 비교보다는 말 한 마디를 두고 벌이는 공방에 집중했다.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할지 모를 만큼 정보는 부족했고, 그나마 나온 정보는 화제성 이슈에 묻혔다.
뒤늦게 발표된 공약집은 대부분 장기 전략보다는 단기 처방에 머물렀다. 부동산, 일자리, 복지, 세금, 외교 같은 핵심 이슈에서도 현실성 있는 재원 계획이나 실행 로드맵을 제시한 경우는 드물었다. 숫자보다는 구호가 많았고, 내용보다는 이미지가 강조됐다. 정책이 실종된 자리는 감정이 채웠다. 유권자는 이성보다 분노와 혐오 같은 감정에 반응하게 됐고, 선택의 기준은 ‘누가 더 나은가’가 아니라 ‘누가 더 나쁜가’가 돼버렸다.
하지만 바로 지금 우리는 다시 오바마의 말을 떠올려야 한다. 정치는 야유받을 만한 이유로 가득하지만, 그런 정치를 바로잡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강력한 수단은 바로 투표이기 때문이다. 감정으로 휘청이는 정치에 이성으로 응답하는 일, 그것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의 책임이며 최대의 권리다. 우리가 내일 소중한 한표를 반드시 행사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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