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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더위가 찾아오면서 식음료 소비의 무게중심도 바뀌고 있다. 과거 여름 간식이 아이스크림과 빙수, 탄산음료 중심이었다면 최근 2030 소비자는 제로음료와 단백질 셰이크, 저당 간식 등으로 장바구니를 채운다. 더위는 식히고 싶지만 칼로리와 당류 부담은 줄이고 싶은 소비 심리가 유통가의 여름 상품 구성을 바꾸는 모습이다.
편의점도 여름 냉장고를 건강관리형 상품으로 채우고 있다. CU는 5월 한 달간 음료 800여종을 대상으로 할인·증정 행사를 진행하면서 제로슈거와 기능성 성분을 강화한 음료를 전면에 내세웠다. 세븐일레븐도 건강 간편식 브랜드 ‘밸런스푼’을 선보이고 단백질, 저당, 저칼로리 콘셉트 상품을 확대했다.
핵심은 다이어트가 아니다. ‘덜 망가지는 소비’다. 요즘 소비자는 무조건 참고 굶는 방식보다 먹을 건 먹되 죄책감을 줄이는 쪽을 택한다. 탄산은 마시되 제로로, 간식은 먹되 저당으로, 한 끼는 때우되 단백질 셰이크로 해결하는 식이다. 건강을 위해 맛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맛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건강이라는 명분을 붙인다.
제로음료는 현대인의 가장 작은 면죄부다. 라벨에 적힌 ‘0㎉’ 세 글자는 어쩐지 오늘 하루를 덜 망친 것 같은 착각을 준다. 피자는 먹었지만 마신 건 제로콜라였으니 아직 완전히 무너진 것은 아니라는 계산이다. 과학적으로 얼마나 정교한 셈법인지는 몰라도, 마음의 회계장부에서는 꽤 그럴듯한 절세 전략이다.
물론 제로음료 한 병과 단백질바 하나가 여름 몸을 완성해주지는 않는다. 어제 먹은 야식은 사라지지 않고, 오늘 미룬 운동은 내일의 나를 기다린다. 하지만 소비는 늘 완벽한 해결책보다 그럴듯한 기분을 먼저 산다. 우리는 다이어트를 산다기보다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산다.
결국 우리가 사고 싶은 것은 완벽한 몸이 아니라 덜 무너졌다는 안도감인지도 모른다. 여름은 길고 의지는 짧다. 그러니 우리는 올해도 당류 0g이라는 작은 글씨를 붙잡고, 무너지지 않기 위해 달콤한 제로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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