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우방도 없는 관세전쟁…달라지는 생존전략

트럼프발 관세전쟁 본격화
큰 충격 피해 가기 어려워
현 정치적 극단주의 벗어나,
실리 따지는 생존전략 필요
  • 등록 2025-02-04 오전 5:00:00

    수정 2025-02-04 오전 5:00:00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에는 적도, 우방도 없다. 중국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 것은 오랜 미·중 무역분쟁의 연장 선상으로 볼 수 있다 해도 캐나다와 멕시코에도 각각 25%의 관세 부과를 결정하며 북미 경제 공동체마저 무시한 모습을 보이면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관세를, 중국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가운데 관세 부과 대상국 국기를 가리키고 있다.(사진=그록2의 이미지 생성 기능)
자유무역에 기반을 둔 기존 국제질서가 근본적으로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국이 1977년 냉전 시대, 적대국에 대응하고자 만든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이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오랜 우방을 공격하는 수단이 됐기 때문이다.

한편에서는 안 그래도 보호무역주의가 강화하며 유명무실해진 세계무역기구(WTO) 체제가 30년 만에 사실상 종식을 고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다른 우방 유럽연합(EU)에 대한 관세 부과도 예고했다.

우리는 아직 직접 트럼프발 관세 압력의 직접적인 대상은 아니지만, 충격을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무역으로 먹고사는 우리나라의 경우 국제질서가 무너지고 다극 체제로 재편될 경우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게임의 종목이 ‘씨름’에서 ‘수영’으로 바뀌었다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진단처럼 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방과 적대, 관계의 틀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우리의 역량과 실리를 따진 생존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AI를 비롯한 첨단산업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 세계 경제질서 재편 과정에서의 ‘지분’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더는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중국이 선보인 저비용, 고효율 AI 모델인 ‘딥시크(DeepSeek)’가 이 같은 위기를 부추긴다.

정치적 극단주의와 반일·반미·혐중 여론에 기댄 각종 음모론에 사로잡혀 있을 때가 아니다. 바뀐 게임의 룰에 적응하는 데 온 역량을 집중해도 부족한 상황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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