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지 붙여먹기, 구슬 쳐내기… 이번 추석엔 전래놀이 어때요? [응답하라 90’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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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차 사라지는 전래놀이, 기자가 직접 해보니
"전래놀이는 유희와 더불어 교육적 효과도 커"
"전래놀이 활성화 위한 노력 필요"
  • 등록 2025-10-06 오전 10:12:10

    수정 2025-10-06 오전 10:12:10

90년대만 해도 명절 마다 흔히 볼 수 있는 풍경들이 있었습니다. 친구들과 제기차기를 하거나, 목욕탕을 가거나 하는 모습들이죠. 하지만, 기술이 발전하고 새로운 문화들이 이를 대체하면서 많은 풍경들이 변했습니다. 명절을 맞아 조금은 희미해진 추억을 다시 꺼내보며 이야기를 나눠보시면 어떨까요.

[이데일리 김현재 수습기자] 딱지치기, 팽이치기, 제기차기, 윷놀이. 과거 명절이면 으레 골목길이나 놀이터, 혹은 집안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광경이다. 이제는 고궁 체험이나 민속촌을 찾아야만 볼 수 있는 모습이 됐다. 명절에 가족들이 모여도 각자 휴대폰에 집중하느라 서로 대화가 거의 없는 게 요즘의 명절 풍경이다.

(사진=게티이미지)
아이들을 위한 놀이문화도 ‘키즈카페’가 대세로 자리잡으며 우리 고유의 전래놀이는 점점 설 곳을 잃어가고 있다. 6살과 두 살배기 아이의 아빠인 양모(40)씨도 “우리 어렸을 때와 달리, 명절에 전래 놀이를 접하기가 어려운 환경”이라며 “아이들에게 전래놀이를 알려주려고 해도 기억이 잘 나지 않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숙경 한국전래놀이노래협회 회장(88)은 이런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한다. 그는 60여년 간 구전으로 전해지던 전래놀이와 노래를 발굴하고 소개한 전래놀이 문화의 산증인이다. 지난 2017년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은 그 공로를 인정해 ‘보관문화훈장’을 수여했다. 김 회장은 “전래놀이는 단순한 놀이와 유희를 넘어, 교육적인 효과도 크다”면서 “전래놀이를 하면 아동들의 인성과 사회성 발달, 창의성 함양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아이들이 우리 고유의 전래놀이를 접할 기회가 많이 줄어들고 있어서 아쉽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준비했다. 어른들은 추억을, 아이들은 신선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전래놀이를 소개한다. 지난달 30일, 기자가 직접 13살, 11살 조카들과 함께 김숙경 회장에게 전래놀이를 배우고 체험해 봤다. 전문가가 알려주는 전래놀이의 재미 속으로 빠져보자.

딱지 붙여먹기

유정연(11)군이 전래놀이인 ‘딱지 붙여먹기’를 하고 있다. (사진=김현재 수습기자)
둘이 또는 여럿이 할 수 있는 놀이다. 우선 각자가 10~20개 정도의 딱지를 나눈다. 앉은키 정도 높이의 벽이나 담에 딱지를 떨어뜨릴 지점을 표시한다. 가위바위보로 순서를 정하고 딱지를 담이나 벽에 붙였다 떨어뜨린다. 자신의 딱지가 다른 사람의 딱지에 얹히게 되면 그 딱지를 획득하는 방식이다. 가장 많이 딱지를 획득한 사람이 이기고, 이긴 사람은 진 사람에게 딱지를 다시 나눠주면 된다.

방법을 듣고는 쉬울 것으로 생각했다. 오산이었다. 이기기 위해서는 고도의 집중력과 방향 계산이 필요했다. 딱지가 붙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과 실패했을 때의 아쉬움이 교차했다. 조카들도 마찬가지였다. 딱지를 획득하면 웃음이, 그렇지 못하면 “아” 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혹시나 ‘조카들이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지루해하면 어떡하지’ 잠시 걱정했었는데, 기우에 불과했다는 걸 깨달았다. 연신 웃으면서도 집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구슬 쳐내기

유채연(13)양과 유정연(11)군이 전래놀이인 ‘구슬 쳐내기’를 하고 있다.(사진=김현재 수습기자)
다음 놀이는 ‘구슬 쳐내기’였다. 바닥에 새끼줄로 원을 만든다. 그 안에 각자 10개~20개 정도의 구슬을 채운다. 구슬이 있는 곳에서 다섯 걸음 정도 뒤로 물러서서 던지는 선을 긋는다. 가위바위보로 이긴 사람부터 자신의 구슬 하나를 원 안의 구슬 무더기를 향해 던진다. 던진 구슬이 원 안에 있는 구슬을 맞춰 구슬이 밖으로 튕겨 나가면 구슬을 획득한다. 구슬을 가장 많이 딴 사람이 이긴다. 구슬이 귀하던 시절에는 돌멩이나 복숭아씨로 하던 놀이였다고 한다.

구슬 쳐내기는 조준 능력과 호흡 조절이 중요했다. 군 복무 시절 사격 훈련하던 때를 떠올리며 호흡을 가다듬고 구슬을 던졌다. 결과는 보기 좋게 꽝. 너무 멀리 나가고 말았다. 다음번도 결과는 마찬가지. 보기와 달리 쉽지 않았다. 매번 헛손질만 하는 기자와 달리 둘째 조카 정연(11)이는 백발백중의 실력을 자랑해 ‘구슬왕’이 됐다. 정연이는 “기존에 알던 구슬치기랑 달라서 더 재밌어요”라고 우승 소감을 전했다.

“전래놀이가 다시금 활성화 되었으면”

김숙경 한국전래놀이문화협회 회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마포구의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김현재 수습기자)
이후 홀짝 놀이, 실뜨기, 짧은 새끼줄 놀이(술래가 짧은 새끼줄 끝에 팥단지를 묶어 발목 높이로 빙빙 돌리면, 그 줄이 발에 닿지 않도록 깡충 뛰는 놀이) 등을 이어갔다. 조카들은 연신 웃으며 땀을 흘렸다.

조카들에게 소감을 물어봤다. 둘 다 이구동성으로 “전래놀이라고 하면 딱딱할 것 같은 생각이 먼저 들었는데, 오히려 더 재밌었어요. 다음에는 친구들하고도 같이 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오징어게임과 같은 한류 콘텐츠의 성공 이전에도 해외에서는 우리 전래놀이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면서 “남녀노소 함께 즐길 수 있는 전래놀이가 다시금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정부나 지자체가 노력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올 추석, 오랜만에 만난 조카들과 친해지고 싶지만 다가갈 방법을 모르겠다면 함께 전래놀이를 해보는 건 어떨까. 조카들이 있는 방문을 열고 “딱지치기, 구슬 쳐내기 하러가자”고 외쳐보자. 놀이를 마친 뒤 조카들과 한층 더 가까워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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