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통토크] "짜장면도 표준어…어문규범 유연해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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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철의 국립국어원장 취임 후 첫 언론인터뷰
"통일시대 대비 남북 언어단일화 시급
자음·모음 순서 달라 이질화 심각
민간 겨레말큰사전편찬사업 재개
한국어사용 8000만명 세계 13위
교원 실력 늘리고 다양한 연수 기획할 것"
  • 등록 2015-07-07 오전 6:15:10

    수정 2015-07-30 오후 4:20:09

송철의 국립국어원장은 지난달 초 취임 후 이데일리와 가진 첫 언론인터뷰에서 “규제 위주가 아닌 국민들이 보다 쉽고 편리한 언어생활을 누릴 수 있는 어문정책을 펼쳐 국립국어원이 국민의 신뢰를 받는 기관이 되도록 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사진=방인권 기자 bink7119@).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분단이 장기화하면서 남북 간 언어 차이가 심해지고 있다. 준비 없이 통일을 맞는다면 남북 주민 간 의사소통에 크고 작은 갈등과 혼란이 생길 것이다. 결국 통일한국의 발전에 장애가 될 가능성이 높다. 민족 동질성을 유지하는 데 언어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남북 언어 통합을 위한 지속적이고도 체계적인 사업 추진이 필요하다.”

송철의(62) 국립국어원장은 대학에서 국어정책의 사령탑으로 최근 자리를 옮겼다. 지난달 초 취임 이후 업무파악과 내부소통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날을 보냈다. 상아탑과 공직의 차이에도 연착륙했다는 평가다. 지난달 26일 서울 강서구 방화동 국립국어원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송 원장은 규제 위주의 어문정책 타파를 강조하면서 “국민의 신뢰를 받는 국어정책을 수립해 보다 국민 곁으로 가까이 다가가겠다”고 다짐했다.

◇남북관계 개선되면 교류재개…통일 위한 언어단일화

한국전쟁 이후 반세기 이상 분단상태를 유지하면서 남북의 언어이질화는 심각한 수준에 달했다. 물론 의사소통에는 아직 큰 어려움이 없다. 반면 두음법칙이나 서로 다른 자·모순 등 맞춤법은 적잖은 차이가 있다. 통일시대를 대비해 민족어로서의 위상을 높여야 하지만 아직도 걸음마 수준이다. 송 원장은 “국립국어원은 남북 언어통합을 위해 1996년부터 북한 사회과학원 언어학연구소와 오랫동안 교류해왔지만 최근 교착상태”라면서 “남북관계가 개선되는 대로 교류를 재개해 통일에 대비한 언어단일화 작업에 속도를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송 원장이 꼽은 남북 언어이질화의 대표사례는 자음과 모음 순서가 다른 것이다. 특히 자음의 경우 국어사전을 이용하기가 불편할 정도다. 남한은 형태에 따라 통합배열의 원칙을 견지한다. ㄱ ㄲ ㄴ ㄷ ㄸ ㄹ ㅁ ㅂ ㅃ ㅅ ㅆ ㅇ ㅈ ㅉ ㅊ ㅋ ㅌ ㅍ ㅎ 순서다. 반면 북한은 홑자음을 먼저, 복자음을 끝에 배열하며 첫소리가 ‘ㅇ’일 경우 이를 없는 것으로 보고 모음으로 간주한다. 다만 받침에 ‘ㅇ’이 오는 경우 남쪽과 같은 자음순서로 배열한다. ㄱ ㄴ ㄷ ㄹ ㅁ ㅂ ㅅ (받침 ㅇ) ㅈ ㅊ ㅋ ㅌ ㅍ ㅎ ㄲ ㄸ ㅃ ㅆ ㅉ ㅇ의 순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의 활동이다. 2006년부터 중국과 북한에서 개최한 겨레말큰사전편찬회의는 2010년 5·24 조치로 중단됐다가 지난해 7월 재개됐다. 여기서 남북 국어학자들은 ‘ㅇ은 ㅅ 뒤에’ ‘복자음은 단자음 뒤에’ 두기로 합의했다. 물론 민간차원의 합의라서 구속력은 없지만 앞으로 남북 공통의 국어사전을 만들기 위한 기반은 마련한 셈이다. 겨레말큰사전편찬사업은 2019년에 33만단어 수준의 사전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어 사용 인구 세계 13위…국제화 위해 노력

한국어 국제화를 위한 의지도 내비쳤다. 송 원장은 “세계 주요 언어가 되려면 정치와 경제, 문화의 영향이 크다”며 “국내 주요 기업의 진출, 드라마 또는 K팝의 영향으로 한국어 열풍이 분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어는 더 이상 변방어가 아니다. 세계적인 언어정보 제공 사이트인 에스놀로그에 따르면 세계서 한국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2014년 기준 8000만명에 이른다. 모어 사용자 수로 따지면 세계 13위 수준이다. 이미 세계 4000개의 한국어 교육기관이 있고 수강생은 30만명에 이른다. 1992년부터 시행된 한국어능력시험(TOPIK) 응시자 역시 첫해 2674명에서 지난해에는 17만 8931명으로 7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에 송 원장은 “앞으로 한국어 교원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법제도를 보완하고 보다 다양한 연수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한국어의 국제화와 관련해선 “한국어 확산에만 초점을 두기보다 문화상호주의적 관점에서 보다 신중하게 접근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인도네시아 소수민족인 찌아찌아족에 대한 한글 보급이 문화침략으로 받아들여져 유야무야된 사례를 교훈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행정기관 보도자료 ‘어려운 용어·외국어’ 개선

우리말 사용에서 공공기관부터 개선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어려운 전문용어와 불필요한 외국어의 남용으로 국민의 알권리가 제한되고 있는 상황을 극복하겠다는 것. 송 원장은 “국립국어원은 중앙행정기관의 보도자료를 주기적으로 점검, 어려운 용어나 불필요한 외국어사용을 지적해 개선·권고하고 있다”며 “지난해부터 시작된 중앙행정기관의 쉽고 바른 보도자료 쓰기 평가로 중앙부처의 보도자료가 일반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어문규범 현실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규제 위주의 어문규범을 실정에 맞게 현실화하는 것이다. 국립국어원은 2011년 ‘짜장면’ ‘남사스럽다’ ‘딴지’ 등 널리 쓰이지만 비표준어로 분류된 일상언어를 표준어로 인정했다. 송 원장은 “어문규범이 개정된 이후 30년이 지난 만큼 어문규범도 변화된 환경에 맞춰 유연해져야 한다”며 “표준어를 추가하고 현실과 맞지 않는 내용을 정비해 연말에 그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말하기·글쓰기 능력 위한 교육프로그램 대폭 확대

‘영어는 목숨 걸고 국어는 대충대충.’ 대한민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잘 안다. 국어와 영어는 공부하는 비용과 시간이 극과 극이다. 가장 큰 오류는 우리가 국어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 그러나 많은 것을 모른다. 대표적인 경우가 과도한 사물존대. “커피 나오셨습니다” “그 옷은 사이즈가 없으십니다” 등 유통·서비스업계에서 고객 배려 차원에서 주로 사용하는 엉터리 높임말이다.

국립국어원이 교육프로그램 강화에 나선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1992년 첫선을 보인 교육프로그램은 연 수강인원 170명으로 시작, 지난해에는 5만 1395명이 참여했다. 교육대상도 교사·군인·북한이탈주민·저소득층 아동 등으로 다양화했다. 송 원장은 “말하기와 글쓰기 등 국어능력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국어문화학교에 대한 교육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이라며 “이런 추세를 반영해 대상별·목적별 맞춤형 프로그램을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 원장의 선진국 기준은 명쾌하다. 품위있는 언어를 사용하는가 아닌가다. “국민 모두가 국어의 주인이라는 의식을 가져야만 한다. 언어는 인격이다. 국어가 천박한 언어가 되면 국민도 천박해진다.”

송철의 국립국어원장(사진=방인권 기자)
◇송철의 국립국어원장은 누구?

한국을 대표하는 국어학자다. 온화하고 포용력 있는 성품으로 국어학계의 두터운 신망을 받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주요 기관장 인사가 매번 시끄러웠던 것과 달리 송 원장의 인사에 별다른 잡음이 없었던 건 국가 최고의 언어정책 연구기관의 수장으로 안팎에서 합격점을 준 덕분이다. 송 원장은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재직하면서 국어학과 국어정책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국어학, 한국어 교육학, 국어정책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다수의 논저를 냈다. 대표저술로 ‘국어의 파생어 형성 연구’ ‘한국어 형태음운론적 연구’ ‘주시경의 언어이론과 표기법’ 등이 있다. 다년간 국어심의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국외 한국어 교육, 남북한 어문규범 단일화 작업에도 참여했다. ‘한국어 세계화’ ‘남북한 언어통합’ ‘공공언어 개선’ ‘국어 정보화’ 등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국립국어원 수장으로서 역할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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