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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학습을 위해 각종 데이터에 각주를 다는 데이터 라벨러 김민수(40·가명) 씨는 지난해 11월 일을 그만뒀다. 5년여간 소위 ‘AI 교육’을 담당해 왔지만, AI가 발전하며 더는 김 씨의 학습을 받을 필요가 없어져서다. 이에 데이터 라벨링 단가는 건당 10원까지 떨어졌고 월급은 3년 전 400만원 수준에서 50만원 안팎으로 줄었다.
AI로 일자리를 잃거나 위협받는 일이 현실화하고 있다. 취재를 통해 현장에서만 권고사직으로 일을 그만둔 뒤 정규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통번역사, 회사의 대량 해고를 간신히 이겨냈으나 언제 잘릴지 몰라 불안해하는 금융회사 콜센터 직원 등을 목격했다.
주목할 것은 당장 AI의 영향을 받는 일자리는 공통적으로 월급이 적고 단순·반복적인 업무를 하는 직업으로, 이미 오래 전부터 AI에 가장 취약할 것으로 예상됐던 직종이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노동자들은 정작 아무런 대비를 하지 못했다.
손을 놓고 있다가 AI로 인한 일자리 대전환이 시작되면 수많은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거나 소득이 감소하는 것을 두고 볼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일자리 전환을 준비하는 대책이 노동정책에 담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