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예측하기 어려운 농업 부문 추가적 개방 압력이 현실화된다면, 이는 국가가 농업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농업계에 보내는 시그널이 될 수 있고, 결과적으로 기후·식량위기로 이미 취약해진 우리 농업이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입을 수 있어서다.
기후위기와 식량위기라는 거대한 물결이 밀려오고 있다. 식량·자원·기술이 전략적 무기로 활용되는 시대가 도래했다. 지금 우리가 직면한 위기가 통상위기만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하는 이유다.
기후위기 속 통상위기는 곧 식량위기
두 위기 중 통상위기 극복을 우선한다고 가정해 보자. 전통적 무역이론을 적용하면 농산물 추가 개방은 현실적이고 전략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미국산 축산물·과일 수입 확대를 통해 소비자의 선택지는 늘어날 수 있으며, 대두·돼지고기 등 주요 농축산물의 수입선 변경도 업계에 엄청난 부담을 주지는 않을 수도 있다. 오히려 우리 농식품의 대미 수출이 확대될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다. 타산업의 국익 증대 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농업 부문에 대해서는 보상 및 지원을 강화하면 된다는 논리다. 다만, 자유무역 이론이 꽃을 피우던 20세기의 이 논리가 지금도 설득력을 갖추기는 어렵다.
가능한 농업 추가 개방 방어해야
정책 당국은 단기적인 통상위기와 장기적인 기후·식량위기 사이에서 전략적 균형을 모색하되, 주요국들이 앞다투어 식량안보를 국가 전략의 최우선 과제로 격상하고 있는 국제적 흐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농업 부문의 추가적인 시장 개방은 강력히 방어해야 한다. 시장 개방으로 한 번 붕괴된 농업은 회복이 불가능에 가깝고, 기후·식량위기가 본격화되었을 때 미래세대가 감당해야 할 비용은 우리가 지금 당장 얻는 단기적 이익을 훨씬 상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농업 수출 시장 다변화와 가격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 동남아·중동·유럽 등 신흥 시장을 개척하여 새로운 수출 기회를 확보하는 한편 AI·빅데이터 기반 정밀농업, 스마트팜 기술, 자동화 시스템을 적극 도입해 생산비 절감과 품질 향상을 이끌어야 한다.
기후위기가 심화되면서 전 세계 농업 생산이 불안정해지고 있으며, 국제 식량 공급망은 정치·경제적 이유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생존을 위한 식량작물만의 문제가 아니라, 식생활 전반에서 누리던 국민적 효용이 위협받고 있는 모습이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농업을 지키는 것은 국가안보를 지키는 일이고 우리 국민의 삶의 질을 지키는 것과 다름없다. 농업인 고령화, 농촌소멸, 농지면적 감소 속에서 추가적인 시장 개방이 발생한다면, 한국 농업의 지속가능성은 더욱 흔들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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