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에 사는 김모씨(남·30)는 대학을 졸업한 이후 높은 취업문에 막혀 수년 째 백수로 있다. 그의 유일한 탈출구는 바로 온라인게임. 게임이 주는 쾌락과 성취감이 불안한 현실을 떨쳐버리게 했다. 한 두시간이던 게임 시간은 점차 하루 20시간 이상으로 늘었다. 결국 가족의 권유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30대 워킹맘 이모씨는 아침에 눈을 뜨면 스마트폰부터 찾는다. 스마트폰을 열어 그날 할일, 날씨, 회의 일정 등을 체크한다. 아침밥은 거르더라도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지난 밤 올린 글의 댓글과 반응을 확인한다. 출근길에 실시간으로 카톡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인터넷 주요 뉴스를 읽는다. 회사에 도착해서도 직장 동료와 대화는 가급적 스마트폰 메신저 창을 통해 나눈다. 잠시라도 핸드폰이 손에서 떨어지면 불안하기만 한다.
과거 술, 담배 등에 국한됐던 중독물이 이제는 쇼핑, 사행성 도박, 스마트폰 등 일상생활에까지 깊숙이 침투했다.
중독은 그 자체만으로 신체·정신적 질환을 유발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뿐 만이 아니라 심각한 경우 자살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질병이다. 특히 가족, 친구, 이웃 등 우리 주변 가까이에 중독 환자는 넓게 퍼져 있지만 정작 환자 본인은 스스로 병을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독에 따른 사회·경제적으로 낭비되는 비용도 한해 100조원이 넘는다. 사회·경제·안전·보건에 직결되는 공공의 문제인 셈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국가차원의 대응은 부실하기만 하다. 전문가들은 표준화된 중독 예방 가이드라인 및 치료 지침, 환자를 위한 인프라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4대 중독’ 사회경제적비용 110조
중독은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긴장과 불편한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소소한 쾌락을 찾는데서 시작한다. 가정, 직장, 사회로부터 소외받는 외톨이라고 느끼는 사람일수록 쉽게 중독에 빠진다. 이로 인한 각종 범죄, 자살, 인력 손실 등 직·간접적 사회적 낭비는 엄청난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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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청소년의 경우 인터넷, 술, 도박 등에 빠질 경우 학습기회 손실과 함께 폭력을 수반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한다.
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는 “중·고등학생들이 술, 담배를 접하는 연령이 낮아지면서 정상적인 지능 발달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최근 불법 스포츠 토토 등 사행성 게임이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중독은 사회 안전망을 위협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복지부에 따르면 폭행과 강간, 살인과 같은 강력범죄의 경우 약 30% 이상이 주취자에 의해 발생한다. 사회·법적 문제를 일으키는 주취자 규모도 연간 약 100만명에 달한다. 인터넷 게임에 중독돼 범죄를 저지르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 최근에는 국내에서 온라인 게임에 중독된 30대 남성이 어린 딸을 2년간 방치상태로 감금·폭행한 사실이 드러나 사회적 물의를 빚기도 했다.
중독자의 자살 문제도 심각하다. 내국인 카지노가 위치한 강원도 정선 지역의 경우 지난 2002년 카지노 개장 이후 2010년까지 자살률이 4배 이상 증가했다. 정선군의 자살률은 전국 평균 보다 3배 이상 높았다. 미국의 경우 전체 자살사망자의 25%가 알코올 중독자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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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복지부 산하 알코올 상담센터는 전국에 47곳이 있다. 마약·도박·인터넷 중독과 관련해서도 식약청,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미래창조과학부, 여성가족부 등 산하에 관련 예방센터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예방센터를 방문하는 중독 환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해국 카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교수는 “중독자를 적극적으로 선별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개입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예방센터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며 “의료기관과 지역사회 재활기관간 연계 체계도 여전히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중독 치료비용의 경우엔 국가 차원의 지원이 없고 온전히 개인 부담이다. 김현수 서남의대 명지병원 교수는 “정부가 중독 예방에 대해서는 각 부처별로 예산을 편성해 대응하고 있지만 관련 중독자 치료에 관해서는 지원이 미미하다”며 “오히려 중독을 개인의 도덕적 문제로 치부하고 있어 병이 있어도 환자가 공개적으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 복지부에 따르면 알코올사용 장애 환자를 위한 전문 치료병원은 현재 전국에 6곳에 불과하다. 관련 환자의 정신의료서비스 방문율은 6.6%다. 100명 중 6명만이 치료를 받고 있는 셈이다.
이해국 교수는 “중독 치료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치료시설의 접근성이 낮은 것이 문제”라며 “사회적으로도 중독장애 환자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치료 필요성에 관심을 높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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