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개발·투자, 혼자서는 어려워...게임업계 '투톱 바람'

각자대표 체제로 경영효율성 UP
넷마블 박성훈, 조이시티 박영호
각사 새 대표로 투자전문가 영입
M&A 추진, 개발 자금 확보 맡아
카카오게임즈 남궁훈·조계현 대표
모바일·PC게임 트렌드 변화에 유연
  • 등록 2018-03-02 오전 6:00:00

    수정 2018-03-02 오전 6:00:00

넷마블게임즈 권영식 각자대표(첫줄 왼쪽)와 박성훈 내정자, 조이시티 조성원 각자대표(왼쪽)와 박영호 내정자.(사진 = 넷마블, 조이시티 등 제공)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1인 대표체제에서 벗어나 전문 분야별로 다수의 대표를 두는 각자대표 체제를 택하는 게임업체가 늘고 있다. 업계에서는 게임 산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개발 뿐 아니라 투자까지 고민할 부분이 늘어난 데다 신속한 의사결정이 더욱 중요해졌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넷마블 ‘AI 인재 확보’...조이시티 ‘실탄 마련’

지난해 창사 첫 매출 2조원을 돌파하며 1위 게임업체로 급부상한 넷마블게임즈(251270)는 박성훈 전 카카오 최고전략책임자(CSO)를 신임대표로 내정했다고 지난달 26일 발표했다.

이로써 넷마블은 종전 권영식 대표 단독체제에서 권영식-박성훈 각자 대표체제로 변했다. 권 대표는 게임 사업에 주력하고, 박 내정자는 전략 및 투자를 담당하게 된다.

넷마블 측은 박 내정자의 영입에 대해 “사세확대에 대한 경영진 보강 차원”이라며 “글로벌 및 신사업에 대한 전략강화와 적극적인 투자진행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조이시티(067000)도 박영호 전 네시삼십삼분 대표를 신임대표이사로 내정, 종전 조성원 단독 대표체제에서 각자대표체제로 전환했다. 조 대표는 종전 게임개발 및 사업을 총괄하고 박 대표는 신규투자 및 글로벌 부문을 맡는다.

넷마블과 조이시티 모두 투자전문가를 각자대표로 영입했으나 활동은 다소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넷마블 박성훈 내정자가 투자에 주력하는 반면 조이시티의 박영호 내정자는 투자유치에 힘을 쏟을 가능성이 높다.

앞서 방준혁 넷마블 의장은 올해 콘솔게임 등으로 플랫폼을 확장하고 인공지능(AI) 게임개발에도 나서는 등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AI 관련 인재확보가 어렵다면 인수합병(M&A)도 추진하는 등 대규모 투자를 예고했다.

넷마블은 지난해 마블·트랜스포머 IP(지적재산권)를 보유한 카밤 밴쿠버 스튜디오를 약 1조원에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여주기도 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자금이 넉넉한 넷마블은 박성훈 내정자를 영입해 대형 M&A 등 지난해보다 더 큰 규모의 투자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며 “또 해외 유명 지적재산권(IP) 확보에도 많은 투자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면 2015년 이후 계속 주춤하다 지난해 적자를 낸 조이시티는 올해 창세기전:안타리아의 전쟁’, ‘건쉽배틀:토탈워페어’, ‘프로젝트 블레스 모바일’ 등 올해 신작 모바일게임 3종을 출시하고 반전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그간 매출이 만족스럽지 못했던 조이시티로서는 추가 게임개발 및 서비스 자금과 마케팅에 필요한 ‘실탄확보’가 필수적이다. 박영호 내정자를 통해 적극적인 투자유치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조이시티는 올해 다수의 큰 게임을 출시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자금이 필요한 것”이라며 “투자회사에서 근무하는 등 유치 경험이 많은 박 내정자를 영입한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각자대표(왼쪽)와 조계현 각자대표. 남궁 대표는 모바일게임을, 조 대표는 PC 온라인을 총괄한다. (사진 = 카카오게임즈 제공)
‘애니팡’ 선데이토즈도 각자대표 운영

빅3(넷마블·넥슨·엔씨소프트(036570)) 중 넷마블을 제외한 넥슨과 엔씨소프트가 여전히 단독대표 체제를 유지하고 있긴 하지만 각자대표 체제는 업계에서도 낯설지 않다.

올해 하반기 IPO(기업공개)를 추진하고 있는 카카오게임즈는 모바일 부문은 남궁훈 대표가, PC 온라인 부문은 조계현 대표가 각자 이끌고 있다. 애니팡으로 알려진 선데이토즈(123420)도 지난해 12월 투자전문가인 김정섭 대표를 선임, 각자대표 체제로 운영했으나 이정웅 대표의 사임으로 단독대표체제가 됐다.

각자대표 체제를 선택하는 게임업체가 느는 이유는 규모가 커지면서 게임개발 및 서비스라는 본래 업무 외에도 자금운용이나 투자 등 신경 쓸 부분이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게임서비스 및 사업에 익숙한 기존 대표들로서는 자금운용 또는 투자 관련 이슈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예상된다. 넷마블과 조이시티, 선데이토즈 모두 투자 전문가를 추가 대표로 선임했던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또 전문분야별로 나뉜 각자대표 체제는 종전보다 신속한 의사결정을 가능해져 게임업계의 빠른 변화속도에도 보다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평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각자대표 체제가 많아지는 것은 게임 산업이 발전하면서 그만큼 세분화·전문화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산업의 규모가 커질수록 각자대표 체제로 운영하는 기업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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