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순간, 쏟아지는 독설의 향연..연극 '사랑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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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독백만으로 구성..'파격 연출'
문소리· 지현준 주연..50쪽씩 독백
'이별 순간' 담은 색다른 시도 눈길
  • 등록 2019-09-09 오전 5:30:01

    수정 2019-09-09 오전 5:30:01

배우 지현준이 지난 6일 서울 성동구 우란문화재단 우란2경에서 열린 연극 ‘사랑의 끝(LOVE’S END)‘ 프레스콜에서 하이라이트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텅 빈 연습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들어온다. 연출가와 여배우 사이이면서, 사랑하는 연인으로 서로를 가장 잘 안다고 믿었던 두 사람. 그러나 이들은 오늘 관계를 끝내려 한다. 남자가 먼저 이야기를 꺼낸다. “너랑은 끝이야” 그리고 한 시간 가량 쉴새 없이 이어지는 남자의 독설. 남자는 가시 돋친 말들로 여자를 무차별 공격하고, 여자는 간간히 눈물을 훔친다. 이젠 상처받은 여자가 말할 차례다. 여자는 “끝났니?”라고 묻고는, 더 잔인한 말로 남자를 몰아붙인다. 한 때 사랑했던 두 사람. 하지만 사랑이 식어 이별을 맞이하는 순간, 그들에게 남는 건 폭력적인 언어로 가득한 ‘두 개의 독백’ 뿐이다.

프랑스 극작가 파스칼 랑베르(Pascal Rambert)의 연극 ‘사랑의 끝’이 국내 무대에 오른다. 2011년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초연한 후 약 30개 언어로 번안돼 전세계에서 공연 중인 이 작품은 남자와 여자의 각기 다른 시점에서 이별의 순간을 보여준다. 특히 전반부는 남자, 후반부는 여자의 긴 독백만으로 이뤄진 파격적 구성과 연출로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2016년 ‘빛의 제국’으로 감각적인 연출을 선보였던 아르튀르 노지시엘(Arthur Nauzyciel)이 연출을 맡았다. 이별을 고하는 남자 역에는 배우 지현준이, 남자의 말에 마주하는 여자 역에는 문소리가 출연해 2시간 동안 독설 가득한 말들을 배설하듯 쏟아붓는다. 노지시엘 연출은 “이 작품은 지독하고 거친 헤어짐을 말한다”라면서 “관객들은 마치 종말이 온 듯 모든 것이 파괴된 것 같은 사랑의 끝, 진실의 시련을 목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대는 특별한 장치없이 공연장의 모든 구조를 그대로 드러낸다. 일과 생활이 얽혀 있는 두 사람의 관계처럼 무대는 연습실과 공연장의 구별이 모호하다. 현실과 허구, 일과 사랑 등 모든 것이 뒤죽박죽 엉켜버린 두 사람. 이들의 마지막을 지켜보는 관객들은 공연장이 아닌, 그들의 사적 공간으로 들어와 은밀한 대화를 엿듣는 듯한 기분이 든다. 당신은 두 사람이 가장 잔혹한 말로 서로를 파괴하는 장면을 지켜본 목격자다.

문소리와 지현준은 두 시간 동안 무대 위에서 각각 50페이지에 달하는 엄청난 양의 독백을 한다. 두 사람의 독설 가득한 독백은 역설적으로 남녀의 헤어짐이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인지 보여준다. 이별의 과정이 아닌 이별을 이야기하는 순간을 담은 작품으로, 지금껏 본 적 없는 색다른 시도의 ‘모놀로그 극’이다. 27일까지 서울 성동구 성수동 우란문화재단 우란2경에서 공연한다. 관람료는 전석 3만원.

배우 문소리가 지난 6일 서울 성동구 우란문화재단 우란2경에서 열린 연극 ‘사랑의 끝(LOVE’S END)‘ 프레스콜에서 하이라이트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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