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가 낳은 세계적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34)이 지난 25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LA필하모닉과의 ‘말러 교향곡 제6번 비극적’ 공연에 앞서 한국의 엘 시스테마로 불리는 ‘꿈의오케스트라’ 단원 50명에게 리허설 현장을 공개했다. ‘꿈의오케스트라’ 음악도들이 진지하게 리허설을 참관하고 있다(사진=금호아시아나문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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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음악은 강력한 힘이 있다. 때론 위로가 되었다가 결국 희망이 되곤 한다. 빈민층 청소년에게 음악으로 삶의 기회를 마련해준 무상 음악프로그램인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El Sistema)가 이를 증명한다. 마약·폭력에 노출된 아이들의 거친 손에 악기를 쥐어준 이 운동은 출범 40년을 맞은 올해까지 전 세계 60만명이 가입한 대형조직으로 성장했다.
지난 25·26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바로 엘 시스테마가 배출한 ‘최고 스타’ 구스타보 두다멜
(34·사진)이 LA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내한공연을 가졌다. LA필하모닉의 상임지휘자 겸 음악감독인 두다멜이 방한하자 국내에서도 엘 시스테마 실천을 위한 움직임이 다시 활발해지는 모양새다.
LA필하모닉의 내한공연을 주최한 금호아시아나재단은 공연에 앞서 25일 한국판 엘 시스테마로 불리는 ‘꿈의오케스트라’ 단원들을 오픈리허설에 초청, 무료 참관 기회를 줬다. 이날 50여명의 단원은 리허설은 물론, 정식공연에도 참석해 두다멜의 이끄는 말러 교향곡 제 6번 ‘비극적’ 연주 지휘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꿈의오케스트라’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2010년부터 전국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펼치고 있는 오케스트라 합주 교육지원 프로그램. 구성원 70% 이상이 거점 기관별 취약계층의 아이들이다.
한국판 엘 시스테마 학생들과 교감
“정말 기적이 일어났어요.” 정선·대구·포항·강릉 등 멀리서부터 경기·서울 학생들까지. 구스타보 두다멜 & LA필하모닉의 연주를 듣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모여든 꿈의오케스트라 단원 50여명은 이날 두다멜이 이끄는 리허설 참관 후 한껏 들떠 있는 모습이었다.
 | 3년째 ‘꿈의오케스트라’에 참여 중인 부천 상동중학교 3학년 유세준 학생(왼쪽)과 서울 성원초 6학년 지채영 학생(사진=이데일리 김정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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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째 꿈의오케스트라에 참여하고 있다는 경기 부천시 상동중학교 3학년 유세준 학생은 탄성을 자아내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완전 멋있었다. 바이올린의 모든 활이 전부 일정한 간격으로 올라가더라. 엄청 힘든 건데. 거기서 소름이 확 돋았다.”
서울 성원초 6학년인 지채영 학생도 두다멜을 직접 보니까 너무 신이 난다고 발을 굴렀다. “하나의 소리처럼 화음이 딱 맞아 놀랐다”며 “합주를 하면서 친구들과 더 친해졌고 노력의 대가도 배웠다. 여건만 된다면 계속 배우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날 아이들은 숨소리조차 방해가 될까 시종일관 집중했다. 두다멜 역시 간혹 고개를 뒤로 돌려 아이들을 향해 눈빛을 보내는 등 적극적인 교감을 시도했다. ‘엘 시스테마’를 통해 15세에 처음 지휘를 공부한 두다멜은 3년 뒤 시몬 볼리바르 유스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이 됐고, 예테보리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수석지휘자를 거쳐 현재 LA필하모닉의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젊은 거장이다. 특유의 뜨거운 열정과 건강한 활력, 밝은 색채감이 보수 일색이던 클래식 음악계의 체질을 바꿔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5년차 한국판 엘 시스테마 현주소는?
두다멜의 성공 사례가 국내에도 알려지자 한국판 엘 시스테마를 내세운 음악교육이 2009년부터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정부와 국내 기업이 나선 한국판 엘 시스테마 역시 음악과 합주를 즐길 기회를 제공해 스스로 변화하고 서로 성장해 나간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 기업의 음악 관련 후원도 많아지는 추세다. LG그룹은 2009년부터 어려운 환경 속에서 꿈을 키우는 음악영재를 발굴해 국내외 유수 교수진의 체계적인 음악교육을 지원하는 ‘LG 사랑의 음악학교’를 진행 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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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오케스트라’에는 전국 33개 거점(지역문화재단)을 통해 1920여명의 학생이 참여하고 있다. 서울시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위탁운영하는 ‘우리동네 예술학교’(306명)를,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드림오케스트라(980명)를, 세종문화회관 역시 문화소외계층의 아이들을 위해 ‘세종꿈나무오케스트라’(78명)를 운영 중이다.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오닐, 파아니스트 서혜경, 지휘자 금난새 등 예술가들의 재능기부도 늘어났다.
기업들의 후원도 많아지고 있다. LG는 2009년부터 어려운 음악영재를 발굴하는 ‘LG 사랑의 음악학교’를 실시, 예술분야 영재 육성에 앞장서는가 하면 올림푸스한국도 음악관련 메세나를 펼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국내 정착 이제 5년차. 숙제는 여전히 많다. 꿈의오케스트라의 한 지도교사는 “우리 재단의 경우 고학년까지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학생은 10% 정도에 불과하다”며 “다른 부수적 지원이 없어 중도포기하는 학생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현재 꿈의 오케스트라에서 교육받고 있는 초중고교 학생 1920명 가운데 고등학생 참여 현황(지난해 8월 기준)은 14명. 총 학생수의 137배 가량 적은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진흥원의 한 관계자는 “초기에는 취약계층 참여율이 저조, 특정업체 특혜주기 계약 의혹 등이 불거졌지만 이를 수정해 운영하고 있다”며 “동절기 교육공백기를 없애고 지속적인 교육을 보장하기 위해 기존 3월부터 시작하던 수업시기를 1월로 앞당기는 등 거점 기관 지원금도 최대 1억 3000만원으로 늘렸다”고 전했다.
▲엘 시스테마는…
1975년 베네수엘라에서 오케스트라 교육을 통해 빈민층 아이들을 변화시키려는 목적으로 시작한 프로젝트. 범죄를 예방하고 협동심과 책임감을 향상하는 효과가 커 40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영화로도 만들어져 화제가 됐다. 미국 LA필하모닉 상임지휘자인 구스타보 두다멜과 독일 베를린필하모닉 역대 최연소 단원인 에릭슨 루이스 등을 배출했다. 국내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2010년 첫 사업을 시작했다.
 |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가 낳은 세계적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34)이 지난 25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LA필하모닉과의 ‘말러 교향곡 제6번 비극적’ 공연에 앞서 한국의 엘 시스테마로 불리는 ‘꿈의오케스트라’ 단원 50명에게 리허설 현장을 공개했다 두다멜이 리허설에서 LA필하모닉 단원들에게 연주와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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