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의회에서 장장 100분 간 폭풍 연설을 쏟아냈다. 한국을 콕 집어 언급한 대목도 있다. 관세율, 방위비, 알래스카 자원개발 프로젝트 등이 그렇다. 의회 연설은 그동안 자신이 해오던 말을 집대성한 것이다. 한국 관련 내용은 긍정과 부정이 혼재한다. 오류는 바로잡고, 경협과 안보는 국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대응하면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평균 관세가 미국보다 4배 높다”고 주장했다. 이는 명백한 오류다. 양국은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대부분 제품에 관세를 물리지 않는다. 이를 지속적으로 미국 측에 알려야 한다. 다만 트럼프가 한국의 부가가치세(10%)를 염두에 두고 그런 말을 했다면 별도 대응이 필요하다. 앞서 트럼프는 세금 등 비관세 장벽에도 보복할 뜻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법(CHIPS Act)을 “끔찍하다”면서 의회에 폐지를 주문했다. 법이 사라지면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가 삼성전자 등에 약속한 보조금도 공중으로 날아갈 수 있다. 이는 국가 간 신뢰에 관한 문제다.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면 누가 미국을 믿고 장기 투자를 감행하겠는가. 전임 정부가 약속한 보조금은 그대로 지급해야 마땅하다. 알래스카주 천연가스 개발 사업에 대해 트럼프는 “일본과 한국이 파트너가 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엑손 모빌도 450억달러(약 65조원)가 들어가는 이 초대형 프로젝트에서 손을 뗐다. 미국산 에너지 수입은 더 늘리되 동토의 땅에 1300km 송유관을 까는 작업에 무리하게 참여할 필요는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 산업을 부활시키겠다”고 말한 것은 고무적이다. 조선업은 트럼프 시대 한미 경협의 새로운 모델로 떠올랐다. 중국과 패권을 놓고 다투는 미국이 해군력을 강화하려면 조선 강국 한국이 최적의 파트너다. 이는 우리가 가진 소중한 ‘카드’다. 트럼프는 “한국을 군사적으로 아주 많이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가장 큰 관심사인 주한미군 방위비 인상만큼은 국익 차원에서 선제 대응하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트럼프의 오해를 풀어주면서 국익을 지켜낼 전략이 다급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