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청소년 자살예방'…아이들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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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학교폭력·가정불화에 삶을 포기하는 청소년 증가
개인 아닌 사회의 문제
청소년들 고민에 귀 기울여야
  • 등록 2019-07-08 오전 5:58:38

    수정 2019-07-08 오전 5:58:38

[조경연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상임이사] 인간의 ‘생명(生命)’이란 그 자체로 고귀한 것이다. 사람이 태어나고 죽는 것은 ‘인간(人間)’의 영역이 아니라 ‘신(神)’의 영역이다. 그래서 그 어느 누구도 ‘생명’에 위해(危害)를 가할 권리를 가진 사람은 없다. 설사 인간이기를 포기한 짐승만도 못한 흉악범의 생명도 인간의 영역 밖의 일이라 ‘사형’이란 제도의 존폐에 갑론을박하고 있는 것 아닐까?

그래서 생명을 소중하고 고귀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인간의 기본이며,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가는 가장 중요한 규범이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고도의 산업화 과정을 겪으면서 경제가 중요한 가치로 간주 되면서 물질 만능주의와 생명경시 풍조가 만연해졌고 이로 인해 생명존중 문화가 많이 퇴색됐다.

사람들은 정체성을 잃어가고 삶에 회의를 느끼며, 아무런 희망도 기대도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하루에도 수십 건씩 일어나고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를 자살 공화국이라고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10만명당 자살자수가 24.3명으로 OECD국가 평균 12.0명의 2배를 넘는 숫자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2011년 33.3명을 기록한 이후 매년 감소 추세에 있다는 것이다.

반면, 청소년 자살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초·중·고등학생의 자살은 2015년 93명에서 2016년 108명, 2017년 114명, 지난해 143명으로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한 해에 자살하는 학생 수가 숫자 자체로 봤을 때에는 크지 않을 수 있지만 청소년 자살의 경우 같은 반, 학교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등 파급력이 상당하기 때문에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 또한 미리 징후 파악이 가능한 성인 자살과는 달리 청소년 자살은 매우 충동적이기 때문에 예방이 쉽지 않은 부분이기도 하다.

작년부터 SNS를 타고 유행하기 시작한 ‘자해놀이 인증샷’이나 ‘자살송’은 청소년들의 생명경시 풍조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특히 아이돌 스타의 자살이나 잘못을 저지른 유명인의 자살을 ‘책임지는 행위’로 미화하는 언론보도는 청소년들에게 자살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으며, 베르테르 효과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청소년기에 형성된 인식이나 경험은 전 생애에 걸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관심과 해결을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성적에 대한 고민과 왕따, 학교폭력, 가정불화 등 아이들을 힘들게 하는 것들은 많지만 정작 고민을 털어놓을 곳은 부족한 상황이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고민이 있을 때 전문적인 상담을 받아봤다는 청소년은 0.7%에 불과했으며, 13.7%는 고민을 털어놓을 곳이 없어 스스로 해결했다고 한다.

이에 필자가 재직하는 생명보험재단에서는 우리 사회의 심각한 청소년 자살문제 해결을 위한 첫 걸음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데서 시작돼야 한다는 판단에 ‘다 들어줄 개’ 캠페인을 진행해왔다. 캠페인의 일환으로 아이들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노래와 영상, 뮤지컬드라마 등 생명존중 문화확산 및 자살예방 인식개선 사업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또한 기존 방문 및 전화 중심이었던 상담시스템을 청소년들이 즐겨 사용하는 카카오톡, 문자, 페이스북, 앱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상담할 수 있는 SNS기반의 청소년 종합상담시스템으로 확대했다. 이 시스템은 지난해 9월에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더불어 자살, 자해시도자와 학생 정서특성검사에서 고위험군으로 확인된 학생의 심리치료비를 지원하고 있다.

자살은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서는 결코 해결할 수 없으며, 어느 한 기관의 노력으로 예방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특히나 청소년 자살은 부모와 학교, 그리고 우리 사회가 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결해야 할 사회적 과제다. 국가와 우리 사회가 청소년 자살예방에 더 관심을 갖고 아이들이 내는 목소리에 조금만 더 귀 기울여 주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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