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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감춰졌던 장면을 드러낸 ‘공항 읽기’. 참신한 아이디어였다. 그런데 재밌는 건 보통의 눈에 들어온 풍경이 그다지 유쾌하지 않았다는 것. 시작은 그럴듯했다. “혼돈과 파격이 가득한 세상에서 터미널은 우아함과 논리가 지배하는 가치 있고 흥미로운 피난처 같다.” 하지만 결론은 어정쩡했다. “우리는 당장 되돌아가 공항의 중요한 교훈을 다시 배워야 할 것이다.”
어찌 됐든 보통의 에피소드에서 챙길 수 있는 건 다소 생뚱맞게도 ‘공항’이 어떤 깨달음의 핵심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거대한 공간의 의미, 그보다 더 거대한 시간이 연결되는 방식에 대해 달리 접근해볼 기회를 줬다는 것. 비록 애매할지언정 말이다.
아무에게도 쉽게 손대지 못하는 공간, 그러면서도 감시와 암행이 공공연히 이뤄지고, 결국 사회계급의 충돌에서 문학적 승화까지 두루 갖추고 있는 제3의 공간. 책은 그 공항을 가운데 세우고 주변을 훑어내리는 인문학적 탐색을 시도한다. 물리적 공간보다 떠남이란 다분히 감성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여긴 건 미국 문학평론가인 저자의 입장이다. 터미널의 기호학적 지표, 수하물의 미학, 하다못해 새떼를 쫓는 행위까지, 공항과 엮이는 내용물을 추적하고 거기서 풀려나오는 해석을 실타래처럼 풀어간다.
목적은 단순하다. 문학이나 문화 속에 등장하는 공항의 무게를 일깨우는 거다. 이름 붙여 ‘공항 읽기’다. 수십편의 철학서와 소설·시 등의 문학작품을 인용하며 텍스트상에 거대담론의 공항을 다시 꾸렸다. 덕분에 보통을 비롯해 자크 데리다와 미셸 푸코, 프로이트와 니체 등은 수시로 등장해 ‘항공문화’란 용어 위에 앉았다가 떠난다. 일찍이 인류역사에선 없던 장소가 첨단 과학기술을 업으면서 생긴 변화라고 할까.
“다른 곳이라면 절대로 참지 않을 많은 것들을 공항에서는 기꺼이 감내한다.” 저자는 언제부턴가 ‘공항검색’이 보안과 동의어가 돼버린 배경을 짚는다. 사실 검색은 은폐와 노출, 여흥과 방심이 뒤엉킨 특이한 흥미거릴 지닌다. 그런데 공항이라면 사정이 다르다. 공항검색대 앞의 승객은 그저 물품일 뿐. 금속탐지기에 온몸을 맡기고 전신 스캐너에 신체가 낱낱이 벗겨지는 수치를 감수한다. 이곳이 공항이 아니라면 세계 어디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이겠냐는 거다.
저자는 이와 비슷한 키워드를 푸코에서 찾아낸다. 팝옵티콘이다. 이 중앙탑에서 감독관은 간호사, 의사, 공장장, 교사, 감시원 등 모든 종업원을 감시한다. 푸코에게 공항은 서스펜스 스릴러로 충분히 전환된다. 그런데 여기서 그쳤다면 책은 아주 단순해졌을 테다. “그렇다고 검색이 불필요하다는 건 아니”란다. 왜냐고? 검색은 공항의 운용을 원활하게 돌리는 장치라서다. 이쯤에서 끌어온 건 질리언 플러의 에세이. “공항에서는 시각이 모든 것을 지배한다. 모든 감각은 장엄한 투명성의 영상으로 전환된다.” 삼엄한 상태가 순간 반전됐다.
▲여행의 낭만이 테러의 공포가 된 순간
미국인인 저자가 놓치지 않은 건 2001년 9월 11일. 이로부터 공항은 예전의 ‘머물 수 있어 좋았던’ 낭만을 잃고 ‘신속히 빠져나가야 할’ 테러의 공간이 됐다. 이 과정의 설명을 위해선 자크 데리다를 데려왔다. 데리다는 미국의 항공사가 또 다른 이름으로 자살무기가 된 상황을 역설했었다. “9·11은 미국의 어떤 공항을 근거지로 삼아 미국의 어떤 무기를 장악할 수단을 찾을 수 있는 힘으로부터 일어났다.”
▲무심히 섞여 있다? 사회계급의 재창조
그렇다고 공항이 모든 이에게 동일한 건 아니다. 가령 누군가가 저가항공을 이용한다고 하자. 그렇다면 다른 접근이 나올 수 있다. “공항은 기다란 형광등이 켜진 작은 지하감옥. 꾸물거리고 싶지 않은 곳이다.” 이 혹평은 비평가 앤서니 레인에게서 나왔다. 가능한 한 빠르게 지나쳐야 하는 곳이란 얘기다. 이렇듯 ‘공항에는 무수한 사회계급이 존재한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무심한 듯 섞여 있지만 자세히 관찰해보면 계급적 긴장감이 보인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갑자기 공항이 중요해졌다. 만약 어느 술집이나 식당에서 벌어진 ‘땅콩문제’였다면 파장이 이렇게까지 커졌겠는가. 열린 듯 닫힌 공항, 그보다 더 축소된 비행기라는 ‘공간’ 탓이 가장 크다. 하지만 간과할 수 없는 변수를 꼽자면 ‘사회계급’일 터.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공항 혹은 기내 난동이, 폐쇄 공간의 한계만은 절대 아니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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