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대상 이 작품]무용수에서 안무자로.. 통과의례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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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안무자 창작공연’
젊은 안무가 무대에 한국무용 방향성 보여
한계 또렷.. 개성 찾는 자양분 될 것
  • 등록 2019-06-13 오전 6:00:00

    수정 2019-06-13 오전 6:00:00

[김호연 무용평론가] ‘젊은 안무자 창작공연’(6월 2·5·7·9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이 올해로 스물여덟 해를 맞았다. 이 행사는 무용수에서 안무자로 거듭나는 통과의례이면서 젊은 안무가들의 생각과 몸짓의 펼침을 통해 한국 무용의 방향성을 읽을 수 있다는 점에 의미가 깊다. 올해도 12명의 젊은 안무가들이 개성 있는 무대를 선보이며 주목을 끌었는데, 여기서는 6월2일 공연한 세 작품을 중심으로 동시대 젊은 안무가들의 담론과 행위를 풀어보고자 한다.

윤현수 안무의 ‘사람스럽다 girl version’은 시몬느 드 보봐르가 묘파한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라는 명제에 대한 화답이다.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 혹은 일정한 구조의 틀 속에 살아가는 모습을 수녀복으로 상징했고 이러한 모습의 여성 무용수들이 살풀이춤을 추면서 테두리 안에서 규칙을 지키면서도 해소의 모습을 표현했다. 그렇지만 치기 어린 행위와 반복적 동작을 드러내면서 달란트 안에서 사회적 자아를 실현하려는 행위로 나아간다. 이 작품은 사회적 담론을 가벼운 몸짓으로 표현하면서도 추상적 난해함을 벗고 관객 지향의 흡인력을 갖췄다.

김미레 안무의 ‘listography:bones, born’은 몸의 철학에 대한 풀이와 탐구를 보여준 작품이다. 서두는 무용수가 자신의 다리에 선을 그으며 몸에 대해 인식하는 것으로 출발한다. 이것은 몸에 대한 이해이면서도 몸을 지탱해주는 뼈에 대한 탐구로 이면적 고찰 행위를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깨달음은 동작의 연속성으로 확장되고 행위가 정신을 이끄는 바탕이 됨을 알려준다. 이 작품의 기반인 발레가 지니는 몸에 대한 경외, 소마틱스에 대한 연결성이 유동적으로 흐르면서 자아에 대한 인식을 명확히 드러낸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김진아 안무의 ‘봄봄.BOM’은 분홍색 꽃잎이 무대에 가득하여 봄의 화려함을 무대구성으로 암시한다. 그렇지만 작품 전체에 흐르는 정조는 봄은 만물이 생동하고, 한없이 아름다운 게 아닌 김소월의 ‘진달래꽃’처럼 처연함이 전달되는 역설적인 의미를 함유한다. 이는 오브제인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에서도 느껴진다. 무용수들의 움직임 속에서 유동미를 드러내면서 강한 선의 표현을 통해 구현하고 있다. 잔잔한 흐름 속에서 미세하게 절정으로 끌고 가는 안무가의 구성이 돋보인 작품이다.

세 작품은 그들의 기반이 되는 장르적 속성의 토대만을 앞세우기보다는 여러 동시대 담론과 무용의 기법을 수용하고 실험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이는 동작의 표현에만 그친 것이 아니라 동시대적 담론 속에서 사회적 교감을 얻고자 한 진지한 고민에서 비롯됨을 알 수 있다. 이들이 아직까지 선험적 지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점도 있었고 뚜렷한 개성과 실험을 보이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이번 도전은 자신의 색깔을 찾는 자양분이 되었을 것이다. 또한 이번에 참여한 젊은 안무가들의 대부분은 무용수로도 활약했는데, 무용수와 안무자의 경계에서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무용계의 중간층위에서 앞으로 이들의 역할과 진보된 활약을 기대해 본다.

윤현수 안무가의 ‘사람스럽다 girl version’의 한장면(사진=한국무용협회)
김미레 안무의 ‘listography:bones, born’의 한장면(사진=한국무용협회)
김미레 안무의 ‘listography:bones, born’의 한장면(사진=한국무용협회)
김진아 안무의 ‘봄봄.BOM’의 한장면(사진=한국무용협회)
김진아 안무의 ‘봄봄.BOM’의 한장면(사진=한국무용협회)
김진아 안무의 ‘봄봄.BOM’의 한장면(사진=한국무용협회)
김진아 안무의 ‘봄봄.BOM’의 한장면(사진=한국무용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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