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한령’(限韓令)이 조만간 해제될 조짐이 엿보이고 있다. 내달 일본에서 개최되는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만나 이에 대한 논의를 하며 이를 계기로 중국 당국의 문화사절단 한국 파견도 예정돼 있다고 한다. 양국 문화교류가 재개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 것이다. 이로써 2016년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조치로 가로막혔던 국내 문화 콘텐츠의 중국 진출이 활발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돌이켜보면 ‘한류’를 제한하겠다는 중국의 결정 자체가 무리한 조치였다. 당시 국내 텔레비전에서 방영된 드라마와 가요 프로그램이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를 끌어 우리 연예인들의 현지 진출이 활발했으나 사드 배치를 핑계 삼아 하루아침에 이를 막아버린 것이었다. 중국에서 잘나가던 우리 게임 프로그램들도 판호 발급이 중단돼 버렸다. 정치·외교 문제를 들어 문화교류까지 막아버린 처사는 정치적 보복은 물론 대국을 자처하는 입장에서 스스로 체면을 훼손하는 결정이나 마찬가지였다.
중국으로서는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참가를 앞두고 우리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듯하다. 최근 중국을 방문한 우원식 국회의장이 시 주석과 만난 자리에서 한류 개방에 대해 언급했으며, 이에 시 주석이 “각계각층의 교류가 잘 이뤄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화답한 데서도 중국 내부의 분위기가 읽혀진다. 더구나 내년에는 APEC 정상회의가 중국에서 열리는 만큼 문화교류를 더 이상 막을 수 없었을 것이다. 중국은 최근 비자면제 조치를 시행하면서까지 한국 등 각국 여행객을 적극 받아들이는 중이다.
우려되는 것은 요즘 우리 사회에도 한한령 등 과거 중국의 고압적 조치에서 비롯된 부정적 인식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하지만 탄핵 정국의 민감한 상황을 틈타 정치권이 반중 정서를 부추겨서는 곤란하다. 확인되지 않은 뉴스 등으로 대중국 혐오감을 자극하는 유튜브 채널도 자제해야 마땅하다. 한중 해빙 기류가 정치적 이유 등 엉뚱한 동기로 발목 잡혀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