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서울 종로구를 돌아다니다 보면 곳곳에 숨은 ‘종돌이’를 만나곤 한다. ‘종돌이’는 종로구를 대표하는 종각에서 모티브를 딴 상징이다. 노란색 종 모양에 눈과 입이 달린 모습이 인상적이다. 단순하면서도 친근한 모습이라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 종로구의 상징이었던 ‘종돌이’. (사진=종로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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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시 자치구 문화재단 관련 인터뷰를 준비하다 종로문화재단의 과거 행사 사진에서 ‘종돌이’를 오랜만에 발견했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행사에서 ‘종돌이’ 인형이 아이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종돌이’를 기대 이상으로 잘 활용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제는 ‘종돌이’를 볼 수 없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구청장이 바뀌면서 새로운 상징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2010년부터 사람들과 만났던 ‘종돌이’는 그렇게 사라져가고 있다.
몇 년 전 전국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경기 고양시의 마스코트 ‘고양고양이’도 같은 운명을 겪었다. 2013년 처음 등장한 이 캐릭터는 SNS를 통해 밈(meme·온라인 인기 콘텐츠)으로 유행했다. 충주시 유튜브 ‘충주맨’ 이전에 나온 ‘지자체 밈 문화’의 원조다. 하지만 시장이 바뀐 뒤 대외적으로 거의 활용하지 않고 있다.
지자체의 상징은 시간이 흐를수록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적 자산으로 성장할 수 있다. 일본 구마모토현의 ‘쿠마몬’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2011년 처음 등장한 ‘쿠마몬’은 지금도 여행 기념품으로 인기를 끌며 지역 경제와 이미지를 동시에 살리고 있다. ‘종돌이’나 ‘고양고양이’도 계속 이어졌다면 ‘쿠마몬’과 비슷한 문화 브랜드가 될 가능성이 충분했다. 그러나 지자체 수장이 바뀌고 기존의 상징을 활용하지 않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이러한 가능성도 사라졌다.
 | 고양시의 상징이었던 ‘고양고양이’의 이모티콘. (사진=고양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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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의 방향이 180도 달라지는 경우가 많았다. 장기적 안목으로 정책을 수립하기보다 단기간의 성과에만 집중하며 정책을 추진한다. 문화정책도 크게 다르지 않다. ‘종돌이’와 ‘고양고양이’가 사라진 것은 지자체 상징을 ‘문화적 자산’이 아닌 지자체 수장의 ‘성과’로만 여기는 근시안적 태도 때문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종돌이’와 ‘고양고양이’가 떠오른 것은 대선을 앞둔 지금 중앙정부의 정책 또한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에서 정권이 바뀔 가능성이 큰 상황인 만큼 기존의 정책 또한 재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최근 굵직한 문화정책을 연달아 발표하고 있다. 국립예술단체 통합 사무처 신설 계획과 국립예술단체의 지방 이전 방안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 15일엔 국립예술단체장 선발시스템 개편 방안도 공개했다. 현장은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 정책들이 차기 정부에서 지속할 지 알 수 없어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다음 정부가 과거와 다른 비전을 제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문화는 산업이나 기술처럼 빠르게 효과가 나오는 분야가 아니다. 성과를 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축적이 필요한 영역이다. 지금까지 한국은 문화의 이런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정책을 수립해왔다. 다음 정부에서 문화정책만큼은 장기적 안목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다음 정부는 ‘종돌이’와 ‘고양고양이’가 사라진 이유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