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스튜어드십 강화' 말과 행동 다른 국민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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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어드십 강화 외치더니…의결권은 축소하는 모순
규제 부담 덜자고 주주권 후퇴 선택하나
공적 기금의 책임은 어디로
  • 등록 2026-02-27 오전 12:51:02

    수정 2026-02-27 오전 12:51:02

[이데일리 마켓in 지영의 기자] 스튜어드십 강화를 선언했던 국민연금이 스스로 의결권 행사의 범위를 좁히려는 모순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민연금이 국내주식 위탁운용 방식을 '투자일임'에서 '단독펀드' 방식으로 전환해 의결권을 민간 위탁운용사(GP)에 넘기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구조가 바뀌면 해당 지분의 주식 명의와 의결권은 GP에 귀속되고, 위탁 자금에 대해서는 국민연금이 직접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된다.



보건복지부는 관치 논란을 줄이고 5% 룰에 따른 공시 부담과 국제투자분쟁(ISDS) 위험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런 조치로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제한적인 반면, 의결권을 내려놓으면서 약해질 영향력의 무게는 결코 작지 않다.

국민연금은 2018년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며 '책임 있는 주주'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했다. 기업 가치 훼손 행위에 적극 대응하고, 장기적 수익과 건전한 지배구조를 동시에 추구하겠다는 취지였다. 이후 반대 의결권 행사 확대와 기업과의 대화를 통해 주주권 행사를 제도화해 왔다. 이번 의결권 포기 논의는 그동안의 흐름에 역행하는 행보에 가깝다.

일각에서는 반대 의결권 관철률이 높지 않다는 점을 들어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러나 관철률이 낮다는 이유로 권한 자체를 축소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스튜어드십의 목적은 부결 성과를 쌓는 데 있다기 보다 기업 의사결정 과정에 지속적인 긴장과 책임을 부여하는 데 있다.

더구나 민간 GP는 수수료 기반 사업자다. 운용 성과와 위탁 경쟁을 고려해야 하는 구조에서 경영권 분쟁이나 합병, 경영진 책임 문제와 같은 민감한 사안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는 쉽지 않다. 의결권이 여러 운용사로 분산될 경우 일관된 주주권 행사 원칙도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스튜어드십 강화를 공언해 온 기금이 스스로 의결권 범위를 축소하는 선택은 정책 일관성 측면에서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독립성이 문제라면 의사결정 구조를 보완하는 것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 권한을 포기하는 방식이 해법이 될 수 있는지, 보다 냉정한 검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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