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미국 억만장자 투자자인 켄 그리핀 시타델 최고경영자(CEO)는 1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정책과 그의 ‘폭탄 발언’이 미국의 신뢰도를 약화시키는 실수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켄 그리핀 시타델 최고경영자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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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핀 CEO는 이날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UBS 금융서비스 콘퍼런스에 참석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관련 발언에 대해 “협상을 이끌어 가려는 상황에서 이런 방식의 발언을 하는 것은 엄청난 실수”라며 “이는 (외국 기업의) CEO와 정책 결정자들의 머릿 속에 ‘미국을 무역 파트너로 신뢰할 수 없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내가 보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과격한 수사로 인한 피해는 이미 시작됐다”라고 덧붙였다.
그리핀의 이러한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저녁 철강 및 알루미늄 수입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 명령에 서명한 후에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중국산 모든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했으며, 멕시코와 캐나다산 제품에 대한 25% 관세는 일시적으로 유예한 상태다.
그리핀 CEO는 보복적 관세로 인한 적대적 무역 환경이 다국적 기업과 투자자들에게 장기적인 투자 계획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다국적 기업의 경우 향후 5∼20년을 내다보며 계획을 세우는 게 어려워진다”며 “특히 서방 주요국의 현 교역조건이 악화할 경우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장기적 자본 투자가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그리핀은 이전에도 관세 정책이 정경 유착(crony capitalism)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정경 유착은 기업 경영진과 정부 관리들 간의 긴밀하고 상호 유리한 관계로 특징지어지는 경제 시스템을 의미한다.
그리핀은 미 공화당에 거액 정치자금을 후원해온 ‘큰손’으로도 꼽히는 인물이다. 다만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후보로 결정되기 전까지 경선 경쟁 후보였던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인물이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후보로 선정되자 그에게 투표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