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위원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경고했다. 미·중 간 무역 합의에도 불구하고 경기 둔화는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다만 연준 이사들은 경기 대응보다 물가 안정에 방점을 찍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이 오는 9월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 알베르토 무살렘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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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현지시간) 알베르토 무살렘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미니애폴리스에서 열린 행사에서 “관세는 전반적으로 경제 활동과 노동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12일 미·중 무역합의 이후에도 단기 경제 전망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양국은 ‘관세 치킨 게임’을 멈추고 고율의 상호 관세를 각각 115%포인트 인하하는 데 합의했다.
무살렘 총재는 “통화정책은 현재 다양한 경제 변수에 대응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며 “그러나 지금은 경기 대응보다 인플레이션 억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관세의 물가 상승 효과나 완화적 정책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것은 인플레이션의 지속성과 수준을 과소평가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 베스 헤맥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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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베스 헤맥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도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관세발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그는 관세의 영향을 세 가지 시나리오로 제시했으며, 그 중 경기 침체와 동시에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시나리오가 가장 가능성 높다고 진단했다. 헤맥 총재는 “이러한 상황이 통화정책상 가장 어려운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연준 내부에서 관세로 인한 경기 둔화와 물가 상승 압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당분간 금리 동결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도 전날 “올해 단 한 차례의 금리 인하만 예상하며, 현재로서는 동결이 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장에서도 금리 인하 기대는 점차 약화되는 분위기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가 6월 금리를 동결할 확률은 95%, 7월 동결 확률도 70%를 넘는 수준이다. 반면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한 달 전 15%에서 최근 50% 이상으로 급등했고, 올해 인하 횟수가 1~2회에 그칠 가능성 역시 60%까지 올라섰다.
한편, 백악관은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스티븐 미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은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수입이 미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4%에 불과하며, 관세 인상에도 인플레이션에 실질적인 영향은 없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