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철만 믿었는데"…인근 부동산도 호재 실종에 '울상'

위례신사선 2차 재공고 유찰, 재정투자사업 전환
예산 지원 사업은 경제성 낮아 '예타' 통과 어려워
민간 건설사들 "건설공사비 상승폭 너무 커" 난색
  • 등록 2024-11-05 오전 5:00:00

    수정 2024-11-05 오전 5:00:00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서울 내 경전철 사업이 공사비 급등,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등에 가로막혀 표류하면서 호재를 기대했던 지역 부동산 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이신설선. (사진=연합뉴스)
5일 서울시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재 추진 중인 경전철 노선 9곳 중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곳은 동북선, 위례선 2개에 불과하다. 사업비가 약 2조원 규모인 강북횡단선을 비롯해 서부선, 우이신설 연장선(우이방학선), 면목선, 목동선, 난곡선, 위례신사선 7곳은 치솟은 공사비 탓에 건설사들이 손을 떼거나 경제성을 따지는 정부의 예타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서울시는 송파구와 위례 신도시, 지하철 3호선 신사역 등을 연결하는 ‘위례신사선’의 시공사를 모집하는 2차 재공고를 전날 오후 5시까지 진행했지만, 결국 민간 참여사가 없어 최종 유찰됐다.

위례신사선은 2008년부터 추진해왔지만 사업성 등을 이유로 삼성물산, GS컨소시엄이 차례로 손을 떼면서 공사를 맡을 민간 사업자를 찾지 못했다. 이 때문에 시는 지난 8월 1차 재공고 시 사업비를 최초 공고(1조4847억원) 대비 약 19% 올린 1조7602억원으로, 2차 재공고 시엔 4.4%를 추가로 증액한 1조8380억원으로 인상하고 사업기간을 1년 연장하는 등 조건도 개선했지만 시공을 맡겠다는 건설사를 찾지 못했다.

서울시는 지난 6월 발표한 계획에 따라 위례신사선 사업을 재정투자사업으로 전환해 본격적으로 추진한단 방침이다. 위례신사선 추진을 민간투자사업에서 재정투자사업 방식으로의 변경하는 내용을 담은 도시철도망 구축계획 변경안 용역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2025년 상반기 국토교통부에 제출해 승인을 받을 계획이다.

위례신사선 도시철도 노선도(예정). (자료=서울시)
그러나 국비 40%를 지원받는 재정투자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는 경전철 사업도 진행이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올 6월 진행된 기획재정부 제4차 재정사업평가위원회 예비타당성조사 심의 결과 ‘면목선’(청량리역~신내역)은 통과했지만, ‘강북횡단선’(청량리역~목동역)은 최종 탈락했다. 산악 구간 통과 등에 비용 투입이 상대적으로 커 경제성이 낮게 평가된 것이 예타 탈락 원인으로 분석됐다.

성북구는 ‘강북횡단선 성북구 신속 재추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주민 서명 운동을 진행하고 있지만, 단시간 내에 사업이 재추진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예타를 통과한 면목선, 우이방학선 등도 시공사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소비자물가 대비 10배 가량 빠르게 오른 건설공사비를 반영하지 않는 한 손해를 감당하면서 경전철 사업을 선뜻 수주할 기업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 경전철 호재를 기대했던 지역의 부동산도 타격을 받고 있다. 강북횡단선 환승역으로 예정돼 있는 길음역 인근의 길음서희스타힐스 84.91㎡는 지난 2021년 5월 최고가 8억6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올 8월에는 7억원대에 매매됐다. 위례신사선 위례중앙광장역(가칭) 인근에 위치한 ‘위례중앙푸르지오’ 84㎡도 2021년 말 18억원대에 팔렸지만 올해 들어 14억~15억원대에 거래됐다.

길음역 인근 A공인중개소 대표는 “강북 지역은 강남에 비해서 부족한 교통 인프라가 단점 중 하나로 꼽히기 때문에 경전철 신설에 대한 주민들 기대가 컸는데 예타 통과가 막힌 뒤에는 확실히 분위기가 가라앉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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