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지연 음악 칼럼니스트·컴퍼니 연 대표] 올해 창단 60주년을 맞은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KCO)가 지난 1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수석 객원지휘자 최수열의 지휘로 ‘베토벤 교향곡 전곡 연주 시리즈Ⅱ’를 연주했다. KCO는 1965년 6월 12일 서울대 콘서트홀 무대에서 ‘서울바로크합주단’이란 이름으로 첫선을 보였다. KCO가 이번 공연에서 60년이라는 국내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시간의 파도를 넘어 만들어 낸 음악의 색채는 생명력 넘치고 따뜻했으며 자유로웠다.
 |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가 창단 60주년을 기념해 지난 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가진 ‘베토벤 교향곡 전곡 연주 시리즈Ⅱ’의 한 장면. (사진=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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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곡은 창단 60주년을 기념해 위촉한 작곡가 김택수의 ‘온고잉’의 세계 초연 무대였다. 과거와 미래가 이어져 미지의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희망이 담겨 있었다. 김 작곡가는 KCO의 성장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을 반영해 제목을 ‘온고잉’(Ongoing, 계속 진행중인)이라고 지었다. 여기에 ‘온고’가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앞부분이라는 점도 착안해 ‘계속해서 옛것을 공부하는’(온고-ing)이란 뜻도 함께 담았다.
이어진 곡은 바흐의 브란덴브루크 협주곡 제5번이었다. KCO가 서울바로크합주단이란 옛 이름으로 활동하던 1965년부터 2015년까지 대표적으로 많이 연주했던 작품이다. 바흐의 곡 중에서도 특히 규모가 큰 작품이며 음악가이며 신앙인이었던 그의 내면의 기쁨과 내재된 서정미가 잘 드러난 곡이다. 이날 연주는 자유로운 감성이 스며든 마체이 스크세츠코브스키의 하프시코드 선율과 플루티스트 김세현, 바이올리니스트 후미아키 미우라의 조화로운 앙상블, KCO 만의 기품있는 바로크적인 정연한 사운드, 그리고 3악장에서의 활기차고 낭만적인 서정미가 돋보였다. 바흐 음악만의 고풍스러운 아름다움이 빛났다.
 |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가 창단 60주년을 기념해 지난 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가진 ‘베토벤 교향곡 전곡 연주 시리즈Ⅱ’의 한 장면. (사진=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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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에서 연주한 작품은 베토벤 교향곡 제3번 ‘영웅’이었다. 베토벤 교향곡은 음악사적인 의미뿐 아니라 베토벤의 인생과 음악 속에 담긴 인간의 강한 의지와 열정으로 더욱 빛난다. KCO는 그 숭고한 예술 정신을 창단 60년을 기념하며 무대에 새겼다.
이날 연주한 ‘영웅’은 대규모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던 웅장하고 화려한 교향곡과는 차별화됐다. 단정하면서도 논리적으로 해석된 고전 오케스트라 사운드의 담백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베토벤이 활동하던 시기 그가 추구했던 교향곡의 진수를 챔버 오케스트라 선율로 오롯이 맛볼 수 있는 뜻깊은 무대이기도 했다.
과장을 벗은 순수한 해석의 1악장, 비장미 넘치는 2악장, 다이내믹한 쾌감이 전해졌던 3악장, 4악장에서의 강렬하고 긴박한 울림으로 장엄하고 중후한 영웅의 모습을 음악으로 그려냈다. 지금의 KCO를 이끈 김민 음악감독의 노련한 리더십, 그리고 카리스마 넘치는 최수열의 지휘도 빛났다.
 |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가 창단 60주년을 기념해 지난 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가진 ‘베토벤 교향곡 전곡 연주 시리즈Ⅱ’의 한 장면. (사진=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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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은 클라이맥스에 도달할 때에도 한 번에 표현하기보다 여러 번의 시도를 거쳐 긴장감을 조성하는 방식으로 곡을 이끈다. 이러한 베토벤의 음악은 실내악의 불모지에서 새로운 도전과 실험을 통해 성장하고 꽃 피어온 KCO의 여정을 담아내기에 충분했다. 낡은 서울대 연습실에서 처음 울렸던 실내악 선율이 60년의 시간을 지나 풍성한 아름다움을 품고 이제 더 깊고 넓은 바다로 흘러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