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 질적 강화 첫손에…美 투자로 트럼프 스톰 넘어야"

[복합위기 첨단전략산업]②
中 저가 공세에 韓 기업들 경쟁력 약화
美 제재에 中 기업 자립도↑…"韓 위협"
"기술력 높이고 美 현지 전략 강화해야"
  • 등록 2025-02-13 오전 5:00:05

    수정 2025-02-13 오전 5:00:05

[이데일리 공지유 김소연 조민정 기자] “결국 해답은 고부가 기술 개발이다. 기술 수준을 높여 고객사로부터 신뢰를 높이는 길밖에 없다.”(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

“미국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고 대(對)중국 공급망 의존도를 축소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박태성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상근부회장)

중국의 기술 굴기와 미국의 관세 전쟁 리스크가 한꺼번에 덮치면서 국내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 첨단 전략산업들의 ‘퍼펙트스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로 이미 가격 경쟁력으로 밀리고 있는 와중에 미국의 전방위 관세 폭격까지 현실화하면서다. 첨단 전략산업들은 국가 경제에 미치는 여파가 큰 만큼 이번 전례 없는 복합위기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美中 동시에…“韓 전략산업 복합위기”

이데일리가 최근 잇따라 만난 전략산업 유관기관 고위 인사들의 위기감은 예상보다 더 컸다. 이미 추월을 허용한 배터리와 디스플레이에 이어 ‘최후의 보루’ 반도체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았다.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하고 있는 반도체 공장.(사진=삼성전자)
안기현 전무는 “이미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겪었듯 중국이 우리를 추월하면 다시는 회복할 수 없게 된다”며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 중국 메모리 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최신 D램인 DDR5를 시장에 내놓은 사례를 거론했다.

낸드플래시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달 말 양쯔메모리(YMTC)의 자회사 치타이(ZhiTai)는 294단 메모리를 탑재한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제품을 중국 시장에 출시했다. 단수로만 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보다 높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미중 패권전쟁 속에서 중국이 자국 기술력으로 낸드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양쯔메모리 사례처럼 미국의 대중 견제가 강해지면서 한국 기업들의 셈법은 더 복잡해질 수밖에 없게 됐다. 미국이 추가 제재를 가할수록 중국이 기술 자립도를 높이는 일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중국이 고대역폭메모리(HBM) 등까지 한국을 추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배터리 업계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박태성 상근부회장은 “국내 배터리 산업은 여전히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지만, 매년 점유율이 하락하는 추세여서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며 “중국 기업들이 배터리 과잉 생산 문제를 자국 내 해결하지 못해 해외시장에서 저가 물량 공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12월 국내 배터리 3사의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점유율(중국 포함)은 18.4%로 전년보다 4.7%포인트 하락했다. 점유율이 10%대로 주저앉은 것이다.

디스플레이 산업 역시 액정표시장치(LCD)에 이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까지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아울러 미국이 특정 중국 기업들을 타깃으로 제재를 강화하면 한국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지만, 중국산 디스플레이 전반을 규제하면 삼성전자(005930), LG전자(066570) 같은 완성품 업체 등에 피해가 갈 수 있어 상황은 생각보다 복잡다단하다.

이동욱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중국에 진출해 있는 국내 세트 업체와 소부장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까지 복합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술력 높이고 美 현지투자 강화해야”

이처럼 얽히고설킨 복합위기를 풀어나가기 위해 산업계 고위 인사들이 첫손에 꼽은 해법은 결국 기술력 강화였다. 안기현 전무는 “결국 기술 개발이 가장 중요하다”며 “특히 HBM뿐 아니라 인공지능(AI) 메모리 등 부가가치가 높은 반도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동욱 부회장은 “한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의 OLED 경쟁력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올해 반등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만큼 LCD와의 가격을 좁히는 등 OLED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박태성 부회장은 “한국 기업들이 지속 가능하지 않은 (중국의) 물량 공세에 대응할 필요는 없다”며 “오히려 기술 혁신을 통해 생산원가를 낮추고 기술 초격차를 확보하는 등 질적 성장을 지속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로봇, AI, 자율주행 등 차세대 첨단 기술뿐 아니라 국방, 우주안보 등 안보 관련 분야에 필수인 배터리 기술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에 대한 대응 전략을 두고서는 현지 투자를 강화하고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등 공급망을 안정화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왔다. 박태성 부회장은 “트럼프 2기 정책 기조에 맞춰 새로운 한미 협력 사업을 전개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트럼프 정부와 협력할 수 있는 우리의 카드가 많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미국 현지화 전략 강화, 대중국 공급망 의존도 축소 등의 대응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동욱 부회장은 “디스플레이 기업들은 베트남에 많이 진출해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대미 무역 흑자 규모가 큰) 베트남에 대해 부정적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미국에서 어떤 시나리오를 가지고 들어오느냐에 따라 우리의 시나리오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정부와 업계는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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