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4억 9700만원이었던 저고위 예산이 올해는 0원이다. 정부가 지난해 가을 저고위 폐지와 인구부 신설을 추진하면서 국회에 제출한 올해 예산안에서 저고위 예산을 뺐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이후 비상계엄 선포에 이은 탄핵 정국으로 인해 국회의 각종 법안 심의가 일제히 뒷전으로 밀린 탓에 인구부 신설 법안도 발이 묶였다. 그렇다면 저고위가 계속 가동돼야 하니 예산 배정이 필요한데 정부 예산안은 저고위 예산이 빠진 상태로 통과됐다. 이에 기획재정부가 올해 초 급히 예비비에서 13억 7000만원을 빼내 저고위에 배정했지만 이는 지난해 저고위 예산의 고작 13%에 불과하다. 저고위 사무처 인건비를 포함한 운영 경비나 겨우 충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연구용역을 비롯해 정책 수립과 집행에 필요한 업무는 거의 중단 상태다.
지난해 출생아 수와 합계출산율이 9년 만에 반등한 사실이 최근 통계청에 의해 발표되자 온 국민이 반가워했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으라는 격언대로 출생 반등을 추세로 굳히기 위해 정부가 과감한 지원 정책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도 쏟아졌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정책 컨트롤타워 공백 상태에서는 그런 역할을 제대로 하기 어렵다. 이러다가는 모처럼의 호기를 그냥 흘려보낼 우려가 크다. 더 늦기 전에 필요한 입법과 예산 조치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