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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 시대의 휴가는 생각보다 계산적이다. 항공권, 숙박비, 렌터카, 식비를 더하다 보면 출발하기도 전에 마음이 먼저 지친다. 주말 하루 쉬자고 몇십만원을 쓰기엔 통장이 너무 진지하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여름을 보내기엔 억울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절충안을 고른다. 멀리 떠나는 대신 집 안에 휴가의 일부를 들여놓는 방식이다.
이 장바구니에는 거창한 물건이 담기지 않는다. 편의점 RTD 하이볼, 논알코올 맥주, 컵얼음, 냉장 안주, 밀키트, 과일컵, 아이스크림, 냉동 디저트 정도다. 여기에 조명 하나, 향초 하나, 빔프로젝터 하나가 더해지면 방은 순식간에 ‘동남아 리조트풍 원룸’이 된다. 물론 창밖은 여전히 아파트 주차장이고, 침대 옆에는 빨래 건조대가 서 있다. 그래도 괜찮다. 집캉스의 핵심은 완벽한 휴가가 아니라, 휴가인 척하는 데 있다.
집캉스 소비가 단순한 절약만은 아니다. 오히려 작은 사치에 가깝다. 30만원짜리 숙소는 참아도, 3900원짜리 컵얼음과 6900원짜리 하이볼, 1만원대 안주 세트는 쉽게 산다. 큰돈을 쓰지 않았다는 안도감과 그래도 무언가를 즐겼다는 만족감이 동시에 온다. 여행을 통째로 사기 어려워진 사람들이 휴가를 조각내 사는 것이다. 바다 대신 파란 캔을 사고, 호텔 바 대신 편의점 얼음컵을 사고, 낯선 도시 대신 넷플릭스 배경 화면을 산다.
결국 집캉스 장바구니는 포기의 결과물이 아니다. 비싸서 못 떠난 사람들의 우울한 대체재도 아니다. 얇아진 지갑으로도 여름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겠다는 생활의 기술에 가깝다. 휴가의 전부를 살 수 없다면, 휴가 같은 순간이라도 사겠다는 마음이다. 떠나지 않아도 잠깐은 낯선 기분이 필요하고, 아무 일 없는 주말에도 괜히 얼음 부딪히는 소리는 듣고 싶은 법이다.
올여름 누군가는 공항 면세점에서 선글라스를 고르고, 누군가는 집 앞 편의점에서 컵얼음 두 개를 고를 것이다. 전자는 휴가고 후자는 일상이라고 말하기엔, 둘 다 결국 같은 마음에서 출발한다. 조금 덜 팍팍하게 살고 싶다는 마음. 오늘 하루만큼은 내가 사는 방이 아니라, 내가 고른 휴가지에 머무는 기분을 갖고 싶다는 마음. 그래서 이번 주말에도 사람들은 장바구니를 편다. 멀리 떠나진 못해도, 여름을 그냥 보내진 않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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