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주주 설득 실패한 KB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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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17-11-21 오전 6:00:00

    수정 2017-11-21 오전 6:00:00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2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KB금융주주의 임시 주주총회는 시작부터 큰 소리가 오갔다. 의견이 충돌하는 지점 곳곳에서 고성이 잇달았다. 일부 주총꾼과 뒤섞여 의사진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아수라장이 되기도 한 끝에 2시간 반에 걸친 주총은 겨우 막을 내렸다. 하지만 뒷맛은 씁쓸하다. 노조의 투쟁방식 때문이었다.

사실 이날 노조가 주총에서 내놓은 두 가지 안건은 부결됐지만 충분히 논의해해볼만한 내용이었다. 하승수 변호사의 사외이사 선임안의 경우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찬성했다. 노조는 하 변호사가 이사회에서 ‘거수기’가 아닌 독립적으로 활동하면서 주주 권리를 옹호할 적임자라며 추천했는데 일견 타당한 내용이다.

두번째 지주 정관 개정안도 마찬가지다. ‘윤 회장이 참여하게 되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에서 사외이사를 뽑고, 그렇게 뽑은 사외이사들이 지배구조위원회를 구성해 차기 회장을 뽑는 구조’를 고치라는 내용이었는데 충분히 명분 있는 내용이었다.

문제는 투쟁방식이었다. 노조는 윤 회장의 연임을 물리적으로 막고 사측에 불만을 제기하는데 급급했던 나머지 정작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주주 설득작업은 뒷전이었다.

당연히 다른 주주에 대한 배려도 없었다. 이날 주총은 하 변호사 사외이사 선임 안건 표결 전 한 시간 정도 정회해야 했는데 바로 위임장을 낸 우리사주조합원 3107명의 의사를 현장에서 집계하느라 벌어진일이었다. 우리사주의 의결권 주식은 전체 주식의 0.22%. 사전에 찬반 의사를 밝힐 수도 있었지만 굳이 당일 현장에서 위임장을 내고 이때문에 정회까지 하게 되자 다른 일반 주주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나왔다.

노조는 이번 주총에서 어느 정도 존재감을 드러냈을진 몰라도 다른 주주들로부터의 신뢰는 여전히 얻지 못한 것 같다. “분명히 말하지만, 이곳은 주주 가치를 제고하는 자리다. 노사 협의회장이 아니다.” 임시주총 현장을 떠나며 기자에게 남긴 기관투자자측 대리인의 마지막 말이 귓가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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