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취업요? 알바로 버티죠"…밀려난 40대 갈 곳이 없다

이데일리 DB

[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젊으면 차라리 비정규직이라도 하겠는데, 40대는 딸린 식구도 있어 재취업하기 더 어려워요. 기업에서도 40대는 부담스러워 합니다. 갈 곳이 없어요.”

10일 서울시 구로구 서울관악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만난 강경식(가명·45)씨는 실업급여 신규신청을 위해 센터를 찾았다. 강 씨의 회사는 250명 규모의 반도체 소재 제조회사였으나 경영난으로 1년 새 180여명을 구조조정했다. 그러나 1년을 버티지 못하고 결국 외국계 회사로 매각됐다.

강 씨는 “40대는 회사에서 보면 어느 정도 경력을 인정하는 중간 간부급으로, 급여는 중상수준이다. 이런 조건을 맞춰서는 국내에서 도저히 일자리를 구할 수 없어 보인다. 중국에라도 가서 살아야 하나 싶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함께 그만 둔 회사 동료들은 일일 물류 아르바이트나 배송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훨씬 더 열악한 곳에서 일한다”고 전했다.

이날 실업급여 설명회를 찾은 이재현(가명·47)씨는 “지금까지 일해왔던 경력을 살려 재취업을 할 수 있는 곳이 전혀 없다”며 일을 해야 먹고 사는데 앞길이 막막하다”고 털어놨다. 이 씨는 한 중소 제조업체에 다니다 회사가 어려워져 권고사직을 당했다.

그는 “5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 어느 기업이 나를 주겠냐”며 “불황 탓에 다녔던 회사 뿐 아니라 다른 회사들도 다들 어려운 상황이어서 경력을 살려 일할 수 있는 곳이 없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사상최고 고용률을 자랑하지만 40대에겐 남 일이다. 제조업 부진의 직격탄을 40대가 맞은 탓이다. 한국 경제 허리역할을 하는 40대를 위한 ‘핀셋형’ 경제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년층과 5060세대·노인 일자리 창출에 주력해 왔던 정부도 난감해졌다. 상대적으로 고용률이 높다는 이유로 40대를 타깃으로 한 별도의 일자리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탓이다. 지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40대 고용률은 78.4%로 전체 연령층에서 유일하게 내려 20개월 연속 하락세다. 전년동월대비 하락폭은 1.1%포인트로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 12월(-1.1%포인트)과 같은 수준이다.

그나마 40대 이상 재직자·구직자에게 생애경력설계를 해주는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사업 정도다. 고용부는 올해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예산으로 187억원을 투입한데 이어 내년 예산은 216억원으로 15.5%(29억원) 증액했다.

정부는 경제 허리인 40대·제조업 고용 부진 문제가 심각하다는 판단아래 내년 경제정책방향 발표에서 이같은 내용을 녹여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40대를 겨냥해 특화한 일자리 정책을 만들지는 않겠지만 일자리 정책 전반적으로 관련 내용을 담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수형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직접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할 수 있는 역할이 아니다”며 “일자리 창출은 민간에서 기업이 할 수 있기 때문에 법인세 등을 감면해 민간에서 활력찾을 수 있도록 정책을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