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이물 나와야 가중처벌'..황당한 식약처의 처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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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식품에 같은 이물 혼입시 가중처벌
'식품업체 안전불감증 조장' 비판
  • 등록 2013-11-29 오전 8:00:42

    수정 2013-11-29 오전 8:00:42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A식품업체는 최근 자사가 생산한 과자에서 머리카락이 발견돼 시정명령을 받았다. 얼마 후 똑같은 제품에서 담배꽁초가 나왔는데도 처분은 또다시 시정명령에 그쳤다. 똑같은 제품에서 똑같은 이물이 발견돼야만 가중처벌을 받는다는 당국의 황당한 처분 규정 때문에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진 셈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술한 이물 관련 행정처분 규정이 도마 위에 올랐다. 식품업체의 안전불감증을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29일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식품에 이물질이 혼입됐을 때 이물의 종류에 따라 시정명령부터 해당 품목 제조정지 처분을 내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물질 혼입으로 처분을 받은 이후 1년내 또다시 적발되면 가중 처벌을 받게 된다. 기생충, 유리 및 금속이 발견되면 1차 처분은 제조정지 7일, 2차 처분은 제조정지 15일, 3차에는 제조정지 1개월 처분이 내려진다.

식품 이물 혼입 행정처분 기준
문제는 가중처벌 기준이 같은 품목, 같은 종류로 한정됐다는 점이다. 즉 같은 이물질이 아니면 행정 처분은 초범과 같다는 얘기다.

현행 식품위생법시행규칙에는 ‘위반행위의 횟수에 따른 행정처분의 기준은 같은 위반행위를 하였을 때 적용한다’고 명시돼 있다. 중복위반에 대한 가중처벌 적용 대상에 ‘동일 품목, 동일 이물’이라는 전제조건이 깔려있다.

실제로 크라운제과(005740)는 올 상반기에 ‘참크래커’에 곰팡이가 혼입돼 시정명령을 받았다. 이후 ‘꼬마곰훼미리제품에’서 딱정벌레목 성충파편 이물이 발견됐고, ‘참쌀선과’에서 딱딱한 검은가루형태의 이물이 나왔지만, 처분은 모두 시정명령에 불과했다.

롯데제과(004990)는 지난해 과자 제품에서 총 5차례 실, 머리카락 등 이물이 발견됐지만, 행정처분은 모두 시정명령에 그쳤다. 오리온(001800)도 지난해 3건의 이물질이 적발돼 모두 시정명령 처분만 받았다.

현실적으로 같은 제품에서 똑같은 종류의 이물이 발견될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기 때문에 가중처벌 규정은 사실상 의미가 없는 셈이다. 현 정부가 불량식품 근절에 역점을 두고 있음에도 정작 불량식품에 대한 처벌 기준은 느슨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행정처분의 실효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만약 이물이 발견돼 제조정지 7일의 처분을 받더라도 처분 시작 전에 미리 7일분을 생산하면 업체 입장에서는 손실을 회피할 수 있다.

허혜연 녹색소비자연대 녹색식품연구소 부장은 “서로 다른 이물이 발견됐다고 가중처벌을 내리지 않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면서 “소비자들이 안전하게 식품을 섭취하고 기업들도 안전관리에 대한 경각심을 갖도록 이물의 종류를 통합, 가중처벌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식약처 관계자는 “서로 다른 이물을 같은 종류로 취급해서 가중처벌을 내리기에는 무리가 있다”면서도 “현재의 처벌기준도 엄격하다는 업계의 불만도 있는 만큼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고 처벌규정 강화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있으면 관련 규정 개정 여부를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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