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CGV(079160)가 이번 32회 신용평가전문가설문(SRE:Survey of credit Rating by Edaily)에서 신용등급이 적정하지 않은 기업(워스트레이팅) 1위를 기록했다. 2회 연속 1위다. 코로나19 문제가 점차 가라앉고 ‘위드코로나’ 시대가 열렸지만, 영화관의 앞날은 여전히 깜깜하다. 2년간의 코로나19 시대 탓에 이제 영화를 보는 곳은 멀티플렉스식 영화관이 아닌, 스마트폰이나 집안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
2회 연속 워스트레이팅 1위…두산그룹 이후 5년만
CJ CGV는 32회 SRE에서 총 154명 가운데 48명(31.2%)으로부터 등급이 적정하지 않다는 평을 얻으면서 전체 40개사 가운데 워스트레이팅 1위에 올랐다. 2위인 롯데쇼핑(34명)에 비해서도 14명이나 많은 숫자인데다, 지난 31회 SRE에 이어 2회 연속 워스트레이팅 1위에 올랐다. 워스트레이팅 2회 연속 1위는 지난 22~23회 두산 계열사 이후 5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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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자 별로 봐도 48명 가운데 현재보다 등급이 올라가야 한다고 답한 이들은 비 크레딧애널리스트(CA) 6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23명의 비CA들은 모두 등급이 내려가야 한다고 답했고, CA 19명은 모두 등급 하향에 손을 들었다.
CJ CGV를 기습한 것은 단연코 코로나19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밝힌 올해 상반기 한국 영화 산업 결산 발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체 관객수는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이 도입된 2004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매출도 2005년 이후 상반기 전체 매출액 최저였다. 3분기 영화관 관객수는 2030만명으로 작년 3분기보다는 300만명 늘긴 했지만,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3분기와 비교하면 관객수는 40% 남짓한 수준이다.
코로나19 2년간 CJ CGV는 그야말로 보릿고개를 넘었다. 지난해 10월 신종자본증권 800억원, 12월엔 CJ를 대상으로 신종자본대출 2000억원을 받았고 올 6월엔 3000억원 규모의 영구 전환사채(CB)를 발행해 긴급 자금수혈에 나섰다. 통상 CB는 일반적인 회사채나 은행대출을 받기 힘들 때 찍어내는 경우가 많다. 실제 CJ CGV는 지난해 말 회사채 발행을 앞둔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실패하기도 했다.
결국 이번 SRE 결과를 보면, 시장에서는 CJ CGV의 등급(무보증 사채 기준)이 ‘A-(부정적)’도 후하며, 이제 후순위 CB처럼 BBB+등급으로 내려가야 한다고 보는 셈이다.
SRE자문위원은 “최근 모가디슈, 베놈, 샹치 등 대작들이 나오긴 했다 해도 거리두기가 장기화하면서 관객들이 운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데다, 콜라나 팝콘 같이 소위 ‘수익성 높은 매식산업’도 불가능하다”면서 “마진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해외 역시 녹록치 않다. 과거 중국, 베트남, 터키 등으로 진출하며 작년 말 해외 영화관 415개를 거느리며 공격적으로 해외 법인을 인수해 왔지만 이젠 해외가 발목을 잡는다. 특히 코로나19로 도시봉쇄까지 이뤄진 베트남은 CJ CGV가 1위 사업자로 공들인 곳이지만, 대도시 극장이 아예 중단되기에 이르렀다. 이들 국가가 한국보다 위드코로나가 더딜 가능성이 큰 점을 고려하면, 드라마틱한 수익성 개선에 대한 기대는 잠시 접어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변해버린 트렌드…‘누가 영화관에서 영화 보자 하나’
문제는 트렌드의 변화다. 코로나19가 전세계를 강타한 2년간 영화를 접하는 트렌드는 완벽히 바뀌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나 왓챠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는 이제 사람들의 삶에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올해 문화계에서 가장 큰 화두가 된 ‘오징어게임’이나 ‘D.P’ 역시 넷플릭스 작품이다.
영화관이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와 자금경색에 시달리는 사이 넷플릭스는 비약적인 비상을 했다. 지난해 9월 42%에 머물렀던 넷플릭스의 점유율은 올해 9월 47%로 늘어났다. 넷플릭스 앱의 월 사용자수(MAU)는 1229만2492명으로 우리 국민 넷 중 한 명이 넷플릭스 앱을 이용하고 있는 수준이다.
넷플릭스 외에도 OTT업체들은 비상하고 있다. 웨이브, 왓챠, 티빙 등 국내 18개 OTT 월 사용자 수(MAU) 역시 1295만명에 달한다. 게다가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플러스 같은 해외 OTT업체들도 한국에 상륙한다. 디즈니플러스는 디즈니, 픽사, 마블, 스타워즈,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내로라 하는 브랜드들을 보유하고 있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맥 등에 기본 탑재된 애플TV는 국내 창륙과 동시에 애플 오리지널 콘텐츠인 ‘닥터 브레인’을 공개할 예정인데, ‘악마를 보았다’로 유명한 김지운 감독이 연출을 맡아 이미 입소문을 타고 있다.
콘텐츠 사업도 따로…영화관 사업만으론 힘들다
물론 CJ CGV도 상황을 잘 알고 있다. 실제 영화관 사업자들은 OTT와의 동거에 나섰다. CJ CGV와 롯데시네마는 2017년만 해도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였던 ‘옥자’를 상영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들을 ‘홀드백’(넷플릭스 공개 날짜보다 2주 먼저 영화관에서 상영) 조건을 단 채 올리기로 했다. 4년 만에 상황이 바뀐 셈이다.
또 수익성을 강화하기 위해 통상 1년 반에서 2년에 한 번 인상하던 입장료도 인상했다. CJ CGV는 지난해 10월, 그리고 올해 4월 두 차례 입장료를 올렸다. 이와 함께 영화 콘텐츠를 지원하기 위해 멀티플렉스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및 유료방송업계와 함께 7월과 8월 각각 ‘모가디슈’와 ‘싱크홀’의 제작비의 절반을 돌려주는 프로모션을 자체적으로 실시했다.
하지만 멀티플렉스의 한계에 다다른 현재, 영화관에만 집중하는 CJ CGV의 사업구조 자체가 한계라는 지적도 있다. CJ CGV는 국내 첫 자동차 자동차 전용극장은 물론 프리미엄관과 대관 을 시도하고 있지만 결국 영화관의 미래가 사라지면 모두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CJ올리브네트웍스 광고사업을 흡수합병하기로 했지만 이 역시 영화관 사업에 포커싱돼있다.
SRE 자문위원은 “또 다른 멀티플렉스인 ‘롯데시네마’만 해도 롯데컬쳐웍스가 운영하면서 상영 외 콘텐츠사업으로 확장을 하고 있는 반면, CJ그룹은 콘텐츠사업을 스튜디오드래곤이 영위하는 식”이라면서 “단순한 영화관 사업만으로는 현 상황을 돌파하기 어려워 보인다”라고 말했다. 영화상영업은 운영에 소요되는 고정비의 비중이 높아 재무부담도 높을 수밖에 없다. 고정비를 웃도는 매출 규모의 창출이 수익구조를 좌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32회 SRE(Survey of credit Rating by Edaily) 책자에 게재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