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도박 막으려면…"노출 막고 교육·상담 늘려야"

■교실에 퍼진 毒 ‘도박’
광고·사이트·계좌 등 도박 사이트 접근 막는 게 우선
도박 중독 청소년 상담 인력도 육성해야
  • 등록 2024-10-11 오전 5:20:00

    수정 2024-10-11 오전 5:20:00

[이데일리 정윤지 기자] 청소년 사이에 도박 중독이 만연하지만 이에 대한 대책은 사후약방문식의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도박 수요 차단과 중독을 막을 방안부터 처벌, 치유까지 전 과정에서의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기사 내용과는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10일 이데일리 취재에 응한 전문가들은 충동성 조절을 배우는 청소년 시기에는 도박을 한번 시작하면 빠져나오기가 어렵다는 점을 우려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우선 청소년들이 도박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을 없애는 것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법 도박사이트 광고와 사이트를 최우선적으로 차단하고 입출금에 사용되는 계좌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박은경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치유재활지원팀장은 “불법 사이트에는 성인인증 등 청소년 보호 절차가 없어서 계좌만 있어도 손쉽게 사용이 가능하다”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온라인상에서 행해지는 광고를 막거나 성인사이트 차단처럼 도박 사이트도 적극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호연 시민단체 도박없는학교 교장은 도박 사이트 차단이 현실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을 지적하면서 “아예 거래를 할 수 없도록 입출금 계좌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도박에 빠진 청소년을 재활하기 위해서는 전문 상담인력을 육성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이은경 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 교수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청소년 도박 문제와 관련해서 조례를 만들어 초·중·고교에 예방 교육을 하도록 돼 있지만, 양성 인력은 전국 500명 수준으로 전국의 초·중·고교를 커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양성된 교사들이 시간을 내서 충실하게 교육하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청소년이 상담기관을 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물리적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서보경 을지대 중독상담전공 교수는 상담 기관에 대한 물리적 접근성을 강조했다. 서 교수는 “도박예방치유원에서 상담을 많이 받고 있긴 하지만 학생이 혼자 찾아가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며 “학교 안에 있는 상담 센터를 이용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는 부모의 교육이 중요하다는 조언도 있었다. 조현섭 총신대 중독상담학과 교수는 “친구들이 내기하자고 할 때 참여하지 말라고 교육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돈이 필요하다고 하면 도박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의심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결국 애들이 하지 말라고 해야 하는 것도 있지만 부모가 관심을 갖고 개입하지 않으면 안 되는 문제”라면서 “부모들이 굉장히 주의해서 행동을 잘 살펴줘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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