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양미영 기자] “단일통화로의 진보로 유럽은 엄청난 수혜를 봤고, 그리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리스 문제는 유로화로 얻은 성장을 통해 부채를 갚는 대신 공공지출을 늘렸기 때문이지 유로화 자체의 문제는 아닙니다.”
 | | ▲ 로버트 먼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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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화의 아버지`로 유명한 로버트 먼델(Robert A. Mundell·사진) 컬럼비아대 교수는 단호했다. 이데일리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그는 단일통화로 대변되는 유로화의 본질은 순수하며, 오히려 새로운 통화를 통해 기존에 잠재돼 있던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믿는 것이 순진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이를테면 도구는 정말 쓸모있지만 활용하는 방법이 잘못됐다는 얘기다.
먼델은 오는 6월12∼13일 열리는 이데일리 ‘세계전략포럼 2012’에서 첫날 기조대담자로 나서 ‘유럽 최고의 지성’ 자크 아탈리, ‘자유무역의 아이콘’ 마이크 무어와 세기의 토론을 벌이며, 둘째날 마지막 제5세션에서는 `한국 자본주의의 재설계`를 주제로 특별연설을 한다.
먼델은 최적통화지역이론을 통해 단일통화 창설의 필요성을 주장했고, 유로화 도입의 초석을 다지면서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그런 그에게 유로화 탄생 후 10년을 기점으로 유로화가 급격히 쇠락하고, 최근 유로존 재정위기로까지 번진 상황은 절체절명의 위기일 수 있다.
먼델은 설사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탈퇴한다 해도 유로화는 제2의 주요 통화로서의 지위를 계속할 것이며, 오히려 그리스 입장에서는 유로존에 머무는 것이 자기 보호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먼델은 국제 통화 시스템 부재야말로 자본주의 위기의 원인이자 주된 결함이라고 분석했다. 국제 통화 시스템만 잘 갖춰져 있었다면 금융위기가 크게 악화되지도, 자본주의가 지금의 위기로 귀결되지도 않았을 것이라는 게 그의 지적이다.
그는 “자본주의 위기는 자유기업 자본주의를 지지해 온 모든 경제학자가 암암리에 예상했던 결과”라며 “위기의 표면적인 원인은 금융 혁신이 주택시장 거품을 키웠기 때문이지만 2008년 3분기 달러가치 급등이 미국 금융시스템을 망가뜨리면서 위기가 악화됐다”고 평가했다.
신중한 재정정책과 함께 지금보다 좀 더 잘 작동하는 국제 통화 시스템이 있었다면 주택시장 침체는 있어도 금융시장의 재앙은 없었을 것이란 얘기다. 또 환율 불안정으로 너무 많은 자원이 금융시장에 투입되고 정부의 역할이 커지게 된 점도 위기를 증폭시킨 원인이라고 그는 분석했다.
하지만 스스로 국제 통화 시스템 부재를 자본주의의 결함으로 인정하듯 그는 정부가 존재하는 한 완벽한 자유시장은 불가능하다고 봤다. 설사 국제통화 시스템이 갖춰져도 결국 통화정책이 각 정부에 의해 통제되기 때문에 단일 중앙은행이 외환시장을 통제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해야 할 가장 큰 역할은 전 세계 경제의 주된 두 축으로 작용하고 있는 달러-유로 환율의 급격한 변동성을 막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유럽중앙은행(ECB)이 달러-유로 환율 안정을 위해 노력하고, 더 나아가 글로벌 통화정책 전반을 이끌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법인세 감면이 없다면 미국을 포함한 일부 선진국에서는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하다는 경고다. 특히 정부 부채 수준이 너무 높아지면서 강한 회복세가 힘들고 저금리와 부채 조달이 매우 큰 문제가 될 것으로 그는 판단했다.
미국 주택시장은 장기적으로 회복될 것이란 전망과 함께 중국이 주도한 국가 자본주의의 성장은 긍정적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는 “중국은 러시아나 구소련이 발견하지 못한 국가 자본주의 성장의 기법을 만들어냈다”며 “부채 없이 성공적인 생산을 이룩할 수 있는 주요 국가가 됐고 이런 경쟁적인 국가주의는 다른 나라에서도 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로버트 먼델은
먼델-플레밍 모델의 개발자이자 최적통화지역에 관한 연구로 1999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캐나다 출신의 석학이다. 그가 제시한 먼델 플레밍 모델은 대부분의 국제경제학 교과서와 논문에서 국가의 통화 및 재정정책효과를 분석하는 가장 유용한 도구로 인정받고 있고 ‘최적통화지역’ 이론은 공통 통화의 사용이점을 설명해 유럽 지역 단일 통화인 유로화 도입의 초석을 다지는 역할을 했다. 국제통화기금(IMF) 고문,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와 재무부 고문 등 현실정책 분야에도 깊이 간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