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탐험가와 혁신가가 만들 양자정보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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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정부가 나서서 관련 기술 육성
수학교육 약화, 미래기술 선점 걸림돌
  • 등록 2019-10-21 오전 4:46:00

    수정 2019-10-21 오전 7:37:17

[헬싱키(핀란드)=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지난 17일 오후 핀란드 헬싱키 파시토르니(Paasitorni) 회관. 유럽연합(EU)의 양자 전문가 200여 명이 모였다. 유럽은 알버트 아인슈타인, 막스 플랑크, 닐슨 보어 같은 양자 이론의 기초를 만든 수많은 석학을 배출했지만 양자컴퓨팅에선 미국·중국 기업에 뒤지고 있다는 위기감이 크다. 그래서 참석자들은 2028년까지 10억 유로를 투입해 기초연구부터 응용 기술 개발과 적용까지 전부 유럽 내에서 해결해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했다.

핀란드의 양자컴퓨팅 회사인 IQM의 얀 괴츠(Jan Goetz) 대표는 “IBM이나 구글, MS는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개발하나 유럽은 큰 회사들은 엔드 유저로서 기초 기술 회사 및 중소기업과 협업한다”며 유럽식 생태계에 자부심을 드러냈다.

▲10월 17~18 일 이틀간 핀란드 헬싱키 파시토르니(Paassitorni)회관에서 열린 ‘퀀텀 플래그십 핀란드 헬싱키 컨퍼런스’ 전경. 양자 분야의 저명한 과학자,기업 대표,정책 입안자들이 모두 모여 유럽 양자 기술 생태계의 현황과 미래 비전에 대해 논의했다.
▲얀 괴츠(Jan Goetz) 양자컴퓨팅 솔루션 회사 IQM사 CEO


미국은 지난해 12월부터 5년 동안 12억 달러를 양자 컴퓨팅 기술에 투자하는 ‘국가양자 이니셔티브 법안’을 통과시켰고, 중국도 2020년까지 100억 달러를 투자해 안후이성에 양자컴퓨터 연구 클러스터를 만든다. 연초 우리 정부가 양자 컴퓨팅 핵심기술 개발에 5년간 445억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부족하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미·중, 정부가 나서서 관련 기술 육성

양자정보통신이 뭐기에 각국 정부들이 앞다퉈 기술을 주도하겠다고 나선 것일까.

양자정보통신은 상태 값으로 0과 1을 동시에 갖고, 거리에 상관없이 상관관계가 있는 양자역학의 현상을 이용한 것이다. 현재의 컴퓨터들은 0과 1로만 표시되나, 양자컴퓨터는 ‘큐비트(Qubit, Quantum bit)’라고 불리는 양자 비트 하나에 0과 1을 한꺼번에 표시해 데이터를 병렬적으로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

양자컴퓨터의 힘을 잘 쓰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유전자 분석이나 기상 예측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해낼 수 있지만, 세상의 질서를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도 있다. 가장 많이 쓰는 공개키암호방식(PKI)은 소인수분해 연산에 오래 걸려 풀기 어려우나 양자컴퓨터로는 5분, 10분 사이에 풀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국가나 기업체에서 기밀을 현재 기술로 암호화해 10년간 보관하는데 5년 뒤 양자 컴퓨터가 전부 풀어버리면 어떻게 될까. 이런 이유로 지난 6월 방한한 아서 허먼 미국 허드슨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양자컴퓨터를 ‘미래 핵무기’라고 표현하며, 양자컴퓨터 분야를 선점하는 자가 미래 산업의 패권을 쥐리라고 했다.

▲세계적인 양자 분야의 구루(Guru·정신적 스승)이자 IDQ 공동설립자인 니콜라스 지상 교수가 제네바대학에서 2018년 3월 1일(현지시간) 한국 기자들에게 양자ICT 트렌드를 설명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공동 취재단
▲니콜라스 지상 교수가 방문 기자들에게 설명한 ‘양자기술의 미래’의 마지막 프리젠테이션 부분이다. 젊은 시절 아마존 강을 탐험했던 자신의 사진이 담겨 있다. 출처: 니콜라스 지상 교수


◇수학교육 약화, 미래기술 선점 걸림돌

양자정보통신 산업을 키우려면 기초 학문에 대한 배려 역시 중요해 보인다. 세계 최고의 양자암호 원천기술업체 IDQ를 창업한 니콜라스 지상(Nicolas Gisin) 제네바대학 교수는 1년 반 전 만났을 때, 젊은 시절 아마존 강을 탐험하는 사진을 보여줬다. 그는 “내가 하는 연구는 미친 듯이 몰입하고 (결과물이) 인류를 위해 잘 쓰이겠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IDQ는 SK텔레콤이 700여 억 원에 인수했고 이 회사 99명의 직원 중 30명이 박사급이고 연구인력 절반은 제네바대 물리학과 출신이다.

수능시험범위에서 수학 기하를 뺐다가 논란 끝에 다시 넣기로 한 우리나라가 원천 학문을 즐기는 탐험가와 엔지니어링 기술을 보유한 혁신가가 주도하는 양자정보통신 세상을 주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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