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우려하는 中企]①코로나에 인력 감축, 또 오르면…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시한 앞두고 中企 '좌불안석'
코로나 직격탄 맞은 중소기업 "최저임금 동결 혹은 삭감"
"경영 여건 불확실성↑…인건비 더 오르면 인력 줄여야"
  • 등록 2020-06-26 오전 6:00:00

    수정 2020-06-26 오전 7:13:02

인천 경인주물공단 한 금속부품업체에서 근로자들이 작업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김호준 기자] “일감이 없습니다. 여기서 인건비까지 오르면 다 죽으란 말입니다.”

인천 경인주물공단에 있는 금속부품업체 A사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한 지난 3월부터 주 3일제 근무에 돌입했다. 수출길이 막힌데다 경기 부진으로 자동차·기계 수요가 줄면서 일감이 절반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못 견뎌 결국 최근 직원 3명을 내보내야만 했다. A사 대표는 “납품처에서 코로나19를 핑계로 결제까지 미뤄 자금난까지 겹친 상황”이라며 “최저임금 논의도 먹고 살 만할 때나 이야기지, 지금 같은 상황에서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토로했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시한(29일)을 앞두고 중소기업 사이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코로나19 사태로 한계 상황에 내몰린 중소기업들은 최저임금이 더 올라 인건비 부담이 가중되면 생존을 위해 직원을 내보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25일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최저임금 근로자를 고용하는 60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곳 중 9곳(88.1%)은 내년도 최저임금을 동결 혹은 삭감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또 이들 기업 중 절반 이상(58.8%)은 내년도 최저임금이 오르면 ‘고용 축소’로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시 대응 방안에 대한 중소기업 설문조사.<디자인=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경영난으로 인해 직원을 뽑지 못하는 경우도 상당수다. 경기 평택시에 있는 금속포장용기 업체 B사는 올 초 직원 3명이 정년 퇴직했지만, 이에 따른 인력 충원을 못하고 있다. 당장 생산직이 필요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섣불리 인력을 뽑는 데 부담을 느껴서다. 최근 3년간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르면서 같은 기간 회사 인건비 역시 30%가량 오른 것도 영향을 미쳤다.

B사 대표는 “코로나19 사태로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최저임금까지 오르면 인건비 부담이 너무 크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인력 감축을 가장 먼저 고민할 수밖에 없다. 내년도 최저임금까지 오른다면 인력 채용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계에서는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최저임금 동결, 심지어 삭감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실물경제 부진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그 여파가 내년까지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며 “경제 상황과 일자리 유지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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