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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과’는 바퀴벌레 같은 인간들을 처리하는 조직에서 40여 년간 활동한 레전드 킬러 ‘조각’(이혜영 분)과 평생 그를 쫓은 미스터리한 킬러 ‘투우’(김성철 분)의 강렬한 대결을 그린 액션 드라마다. 구병모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로 각색했다. ‘허스토리 ’, ‘내 아내의 모든 것’,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장르의 연금술사 민규동 감독이 연출한 신작이다. 특히 레전드 킬러 ‘조각’으로 분한 이혜영과 미스터리한 킬러 ‘투우’로 변신한 김성철이 섬세한 감정과 강렬한 액션을 완벽하게 표현해냈다.
데뷔 44년차인 이혜영은 ‘파과’에서 전설로 불려온 65세의 늙은 킬러 ‘조각’ 역을 맡아 강도 넘치는 액션신에 처음으로 도전해 많은 주목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자신을 쫓는 투우와의 강렬하면서도 복잡한 감정선, 늙은 자신을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 노화의 흔적을 실감하는 조각의 섬세한 내면과 고뇌, 고독 등 입체적 감정 연기까지 소화해 극찬을 받고 있다.
이혜영은 액션과 연이 깊지 않은데다 자신의 연차에 선뜻 출연을 수락하기에 쉽지 않은 도전이었을텐데 작품에 임한 이유를 묻자 “대본을 받기 전 소설을 먼저 봤고 소설을 읽었을 때 든 생각이 ‘남들에게 전설로 불리게 된, 남들이 그렇게 믿게 된, 주인공 그녀의 그 수수께끼같은 힘의 원천은 어디에 있을까’였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액션 소화도 낯설었지만, 민규동 감독과의 작업 프로세스에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혜영은 “주인공 캐릭터에 대해 스스로 따로 그려둔 이미지도 없었기에 너무 두려웠고 촬영 내내 불안했다”며 “스스로는 도전해보겠단 생각으로 한 건데 민규동 감독과의 작업은 홍상수 감독 등 그간 내가 만나왔던 감독들과의 작업과는 프로세스가 달라 낯설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민 감독과의 작업 과정은 굉장히 타이트하게 느껴졌다. 민규동 감독은 모든 장면의 콘티가 강철처럼 완벽히 짜여져 있더라”며 “콘티로 정해진 프레임 안에서 기술적으로 연기하면서도 감정 표현은 절제해야 하는 여러 주문들이 내겐 쉽지 않았다. 그래서 매번 불안했는데 완성된 영화를 본 후 ‘아 감독님은 다 생각이 있으셨구나’ 깨달았다. 매번 불평불만만 늘어놨떤 내 자신이 민망하고 미안해졌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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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 이후로도 부상은 계속 있었다. 조깅 장면만 찍어도 정형외과를 가야 했다. 평소에도 다리 관절이 좋지 않았고, 영화 찍을 때가 여름이었다. 맨살에 보호대를 찰 수 없어서 온갖 보호장치를 다 착용한 상태로 그 위에 내복까지 입어야 했다. 연기 몰입에 방해되는 요소들이 많았기에 육체적으로도 힘들었던 과정이다. 감정과 기술의 경계에서 표현해내는 게 쉽지 않더라”고 말했다.
민 감독은 그렇지 않았다고. 이혜영은 “민 감독은 전혀 아니더라. 내게 ‘선생님 콘티 안 읽어보고 오신 건가요?’ 묻더라. ‘우리 100명은 지금 이 콘티를 다 읽었고 이렇게 촬영하는 거라고 약속돼있는 상태인데 선배님 혼자 그걸 안 읽으시면 어쩌시나요’ 이야기하더라”고 털어놨다.
이어 “그동안 내 컨디션, 원하는 바대로만 연기하다가 민 감독님을 만나니 완전히 다른 세계를 경험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파과’는 오는 30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