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숙 국민의힘 경제활력민생특위 위원장 겸 여의도연구원장은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21대 국회의원으로 인상적인 활약을 했던 경제전문가이자 ‘포퓰리즘 파이터’로 불린 윤 위원장은 “보수를 다시 강한 정책정당이 되게 해달라”는 국민의힘 지도부의 설득으로 지난달 여의도로 돌아왔다.
윤 위원장은 경기 부양을 위해 1분기 예산 신속 집행이 진행 중이고, 아직 어디에 추가 재원이 필요할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급한 추경 편성은 부적절하다고 봤다. 추경은 신속 집행 및 금리 인하 후 재정 투입이 필요한 곳이 드러났을 때 훨씬 효과적이기에 현재는 여야가 어디에 사용할지를 논의하는 게 우선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민주당이 주장하는 지역화폐에 대해서는 “지역간 부익부 빈익빈만 키운다”며 추경 예산에 절대 포함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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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위원장은 “어떤 이들은 ‘우리는 이제 늙어가는 것만 남았다’며 ‘피크 코리아’(Peak Korea)를 이야기 한다”며 “하지만 우리는 농업사회에서 산업화를 하고, 이어 반도체 등 첨단산업까지 두 번이나 뛴 저력이 있다”며 새판을 짠다면 세 번째 도약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윤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야당은 30조원 규모 추경을 제안했다.
△정부는 현재 1분기에 올해 전체 예산의 40%~45%를 쓰겠다고 한다(신속집행). 우리나라 예산을 약 700조원이라고 계산하면, 평상시 매 분기 25% 균등하게 집행했을 때와 비교해 1분기에만 100조원 넘게 더 쓰겠다는 거다. 100조원 더 당겨쓰는 상황에서 20조~30조원 정도 더 썼다고 경기가 좋아진다고 하는 것도 이상한 얘기다. 또 1분기에 100조원 넘게 당겨 썼으니 이후 2~4분기에는 돈이 모자란 부분도 생길 거다. 그렇기에 최소 1분기라도 예산집행을 보면서 어디가 비는지 파악해야 하지 않겠나. 어디에 사용할지는 지금도 여야가 국정협의체에서 무릎을 맞대고 이야기할 수 있다.
-야당은 민생회복지원금을 포기해도 지역화폐는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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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에서 경기를 올리고 싶을 때는 재정 투입보다는 금리(인하)가 먼저 와야 한다고 한다. 경제 전체에 영향을 주는 것이기에 금리가 먼저다. 금통위는 1월 금리동결 이유로 환율을 언급했는데 2월에는 내릴 것으로 본다.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추경을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심리를 개선시킨다. 현 기준금리는 3.0%로 중립적 금리보다 높다. 추경은 금리 인하 이후 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금통위가 2월말 그리고 4월 중순 금리를 인하한 후에 보면 (재정투입이 필요한)그늘이 어딘지 더 잘 보일 거다. 그때도 그늘이 진 곳은 직접 재정투입을 해도 괜찮다고 본다.
-연금개혁은 여전히 답보 상태다.
△제일 좋은 것은 모수개혁-구조개혁을 같이 하는 거다. 다만 모수개혁 원칙은 더 나빠지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유시민 전 장관 때 소득대체율을 간신히 40%로 내려놨는데 이걸 다시 올리겠다는 것은 굉장히 반역사적인 거다. 노무현 정권 때 소득대체율을 낮추기로 한 계획을 다시 올리는 것 만큼은 해서는 안 된다. 21대 국회 막판에 여야가 시간에 쫓기면서 소득대체율 상승에 접근했었지만, 새 국회에서 지금은 원칙적 기반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소득대체율을 40%로 하면 모수개혁이 더 어렵지 않을까.
△원래 연금 개혁은 어렵다. 이제는 뒷세대에게 앞세대와 비슷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지, 그렇지 않으면 제도가 무너지게 된다. 지금 연금개혁 최대의 목표는 뒷세대에게 ‘내가 계속 연금을 부어도 되겠다. 고갈되지 않고 나도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게 제일 중요하다.
-경제활력민생특위는 어디에 중점을 둘 예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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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은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불확실성·불안정성이 굉장히 강조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정부·여당 모두 이 부분을 해소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소비심리를 좀 일으켜서 소상공인 그리고 내수경기를 좀 살리려고 한다. 다만 소비 위축은 단기적인 문제고, 조금 시간이 지나면 완성(회복)될 것으로 믿는다. 진짜 문제는 우리 경제의 힘이 다 소진돼 생산성과 잠재성장률이 떨어지고 있는 거다. 근본적인 (경제)체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어떤 이들은 ‘우리는 이제 늙어가는 것만 남았다’며 ‘피크 코리아’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피크 코리아에 동의하나.
△다르게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지금보다 훨씬 어려울 때도 치고 올라갔다. 우리는 산업화를 했고 또 한 번 뛰어서 첨단산업으로 경쟁하는 나라가 됐다. 두 번이나 뛰었는데 왜 세 번을 못 뛰겠나. 두 번을 뛴 우리나라의 저력이 어딘가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뤄놨던 정치개혁이 중요하다. 현재 우리나라 경제를 가장 지금 억누르고 있는 게 정치다. 최근 우리나라에 들어온 신용평가사들이 ‘입법기관이 한국 경제 규모를 도저히 감당을 못한다’고 평가했다.
-입법부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공인 의식을 가진 사람이 정치로 들어오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국회의원 배지를 다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무엇을 하겠다는 공익적인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정치를 해야 한다. 그리고 견제되지 않는 입법권을 관리해야 한다. 우리나라 국회의원은 일본보다 약 80배 법을 더 많이 만든다. 마구 만든다는 거다. 의원발의에 대해서도 정부발의와 마찬가지로 규제영향평가를 해야 한다.
윤희숙 위원장은...
△1970년 서울 △서울대 경제학·석사 △미 컬럼비아대 경제학 박사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복지정책연구부 부장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국민경제자문회의 자문위원 △최저임금위원회 위원 △제21대 국회의원(서초구갑) △30대 여의도연구원장(현) △국민의힘 경제활력민생특위 위원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