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지은 기자] 명절 연휴에도 가족과 함께하지 않고 방 안에 홀로 남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취업이나 결혼 등 민감한 질문을 피하려고 친척 모임을 회피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사회와 거리를 두고 살아가는 이른바 ‘은둔 청년’들은 명절이 오히려 자책감과 소외감을 증폭시키는 시간이 되고 있다.
 | | 서울 시내 한 대학교 취업 게시판 앞으로 학생들이 오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
6일 추석 연휴를 앞두고 장기 취업 준비생인 김모씨(31)는 고향 대신 서울의 자취방에 머물기로 결정했다. 지출을 줄이기 위해 평소에도 친구 모임을 피하는데 명절 차편 비용은 더 큰 부담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자신이 부모 눈앞에 보이지 않는 게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는 더 낫다고 생각했다. 그는 “말을 걸어도 안 걸어도 서로 불편한 상황 아니냐”며 “명절에 찾아갈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
보건사회연구원이 국무조정실의 ‘청년 삶 실태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만 19~34세 청년 가운데 고립·은둔 상태의 비율은 5.2%로 집계됐다. 2022년(2.4%)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은둔은 사회 활동을 위한 외출을 거의 하지 않고 사회적 관계가 단절된 상태를 의미한다. 이 조사에선 외출 상태를 물었을 때 △보통은 집에 있지만 취미만을 위해 외출하거나 인근 편의점 등에 외출한다 △자기 방에서 나오지만 집 밖으로는 나가지 않는다 △자기 방에서 거의 나오지 않는다 등을 응답한 경우 은둔 청년으로 분류했다.
은둔 사유로는 ‘취업 어려움’(41.1%)이 가장 컸다. 이 밖에도 △인간관계 어려움(13.9%) △학업 중단(12.2%) △대학진학 실패(3%) 등이 있었다. 청년기에 마주하는 주요 과업에서 좌절을 겪으며 사회활동과 거리를 두게 된 셈이다. ‘현재 연애를 하고 있지 않다’와 ‘결혼·출산 계획이 없다’에 대한 응답률도 비은둔 청년과 뚜렷한 격차를 보였다.
명절은 친척 등 또래와의 비교가 두드러지고 가족의 기대가 강조되는 시기다. 이 때문에 은둔 청년들은 큰 심리적 압박을 받게 되는데, 스스로 단절하면서 반복되는 자책과 무력감은 정신건강 악화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전문가들은 이들을 단순히 ‘은둔형 외톨이’로 낙인찍기보다는 새로운 취약 집단으로 인식해 중장기적 정책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성아 보사연 사회보장정책연구실 연구위원은 “사회에서 격리해야 하는 이상 집단이라는 정체성을 부여하는 방식은 은둔 청년들이 다시 방 안으로 숨게 할 수 있다”며 “고립·은둔 청년은 적절한 도움이 있다면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한 명의 청년이라는 인식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아래미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고립·은둔 청년 삶이 양상은 일관되지 않으며 다양한 유형으로 나타날 수 있다”며 “건강취약형, 독립생계채무형, 미취업빈곤형, 가족의존형 등 유형별 특성을 심층적으로 이해해 서비스욕구를 파악하고 맞춤형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