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당으로 나뉘어진 힘의 구도는 20대 국회 들어와서 ‘따로 또 같이’를 더욱더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야권으로 분류되는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힘을 모을 듯 보이면서도 세부적인 부분에서는 말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 중에서도 ‘세비 반납’ 프레임을 놓고서는 완연하게 다른 스탠스를 취하고 있습니다.
세비 반납 논란은 원구성을 실패할 경우 의원들이 받아야 할 세비를 받지 않겠다고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선언하면서 불거졌습니다. 일하지 않는자, 먹지도 말라고 했던 가요. ‘새누리당 2중대’, ‘더민주 2중대’라는 비아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국민의당은 ‘세비 반납’이란 카드로 1,2당을 제치고 유권자에 ‘일하는 국회’ 프레임을 선점하려는 모습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여기에 엉겁결에 고충을 겪는 의원이 생겼습니다. 박완주 더민주 원내수석부대표가 그런데요, 박 수석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원구성이 늦어진다면 세비를 반납하는 것에 동의한다는 의사를 비춘 적이 있습니다. 국민의당과 같은 이야기를 한 것이죠.
박 수석은 이후 이전과는 다른 입장을 견지했습니다. 그는 “‘무노동 무임금’ 프레임은 옳지 않다. 원구성을 위해 협상도 하고 민생TF도 일하고, 법도 준비하고 있다”며 “오히려 세비반납으로 ‘놀고 먹는 국회’, ‘일 안하는 의원’ 프레임에 걸릴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어떤 입장을 취하더라도 논리적으로는 일견 이해가 됩니다. 다만 짧은 시기에 세비 반납을 두고 생각이 180도로 급변하면서 박 수석의 입장이 난처해진 것이죠.
한 야당 의원의 보좌관은 “원내대표는 매달 원내대표 수당이 들어오는데 박지원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수당에 대해선 일언반구 없더라”라며 “원내 협상 지지부진에 대한 책임으로 원내대표 일을 잘 못하고 있으니 원내대표 수당을 안받겠다고 하는 건 제가 불만이 없지만 국회가 일을 안 한다는 프레임으로 엮는 데는 모욕감을 느낀다”고 했습니다.
박 수석이 같은 이야기를 했으면 어땠을까요? 사실 성과가 나지 않았다 뿐이지, 원구성 협상을 놓고는 원내대표단은 물론, 누구보다도 수석들이 열심히 일을 하고 있습니다. 박 수석이 “원구성 협상에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를 도출하지 못했다. 책임을 지고 원내 수당은 포기하겠다”고 말했다면 지금처럼 난처한 입장은 아니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