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속 침묵은 '본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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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류 게임
다리오 마에스트리피에리|432쪽|책읽는수요일
  • 등록 2013-04-03 오전 8:29:16

    수정 2013-04-03 오전 8:29:16

[이데일리 김인구 기자] 우리는 하루에도 여러 차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린다. 물밀 듯 사람들이 몰려드는 출근길에, 삼삼오오 점심시간에, 나른한 오후에 홀로…. 그런데 혹시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어색한 침묵을 느낀 적은 없나. 낯선 사람들과 눈이 마주치는 것을 애써 피하거나 일부러 어느 한곳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말이다. 적어도 엘리베이터 안의 다른 사람을 뚫어지게 쳐다보거나 하진 않는다. 그게 현대인의 에티켓, 서로에 대한 배려라고 믿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신사적인 행동에는 사실 수천만년 동안 축적된 진화생물학의 비밀이 숨어 있다. 엘리베이터 속 침묵은 합리적 사고의 결과가 아니라 자동적이고 본능적인 반응이라는 얘기다. 예컨대 구석기시대에는 엘리베이터 같은 공간이 어두운 동굴이었을 것이며, 여기서 우연히 마주친 구석기인들은 서로에게 불안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탈출전략’을 사용했을 것이다. 상대를 몽둥이로 후려치거나 털을 어루만지며 친밀감을 표시하거나.

진화생물학자이자 인간발달학 분야의 권위자인 저자는 이같은 인간행동을 붉은털원숭이 같은 영장류 동물들을 예로 들면서 과학의 합리적 모형을 통해 탐구한다. ‘제한된 공간+낯선 사람=골칫거리’라는 공식을 도출해내고, 붉은털원숭이들의 탈출전략이 결국 게임이론으로 온전히 설명된다고 주장한다.

회사 사무실이나 대학 연구실, 사람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나 존재하는 서열 문제에도 게임이론을 적용한다. 서열의 사다리를 오를지 말지, 오른다면 어떻게 오를 것인지를 인간과 영장류별 각각 3가지 방식으로 분류해 비교한다. 영장류 집단 내에서 리더에게 도전하는 방식과 권력싸움을 조명하고 그것이 인간사회에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설명한다. 인간의 경우엔 사회적 재능과 정치적 연합 결성 능력, 자신감이 중요한 잠재력이 되는데 이는 영장류의 행동에서도 발견된다. 다시 말해 양쪽 모두 서열의 사다리를 오르기 위해 비용 및 편익을 고려한다는 점에서 묘하게 닮아 있다.

할리우드 톱스타 브래드 피트가 제니퍼 애니스턴과 헤어지고 앤젤리나 졸리를 만나게 된 이유도 좀더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인간관계에서 사랑이라는 비합리적 힘을 ‘사랑의 회로’로 치환시킨다. 인간의 영아 생존 환경은 진화를 거치며 열악해졌기 때문에 아버지의 육아 개입이 중요해졌고, 아이를 다 키울 때까지 남녀가 함께 사는 방법이 자연선택됐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피트와 애니스턴이 7년이나 사귀고도 이혼한 것은 아이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말로 귀결된다. 실제로 피트는 2005년 만난 졸리와 함께 출산이나 입양으로 무려 6명의 아이를 뒀다.

저자가 오랜 시간에 걸친 영장류 사례연구를 통해 인간의 본능을 과학적으로 풀이하는 과정이 흥미롭다. 우리 뇌에 각인된 본성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살펴보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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