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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세상 일에 미혹되지 않은 나이. 한창 화업에 몰두해야 할 마흔살의 화가는 일본으로 떠난 아내와 자식을 그리워하다가 길거리에서 숨을 거뒀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어느새 한국의 근대미술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교과서에 실렸고, 한국인이 ‘화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이 됐다.
우리 민족의 극적인 삶과 그보다 더 드라마틱한 자신의 인생을 소에 투영한 작품으로 ‘국민화가’ 반열에 오른 이중섭(1916~1956). 그의 명성에 걸맞은 전시가 마침내 열렸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서울 중구 정동 덕수궁관에 펼친 ‘이중섭, 백년의 신화’ 전이다. 올해로 탄생 100주년과 타계 60주년을 맞은 이중섭의 개인전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기는 처음이다.
평안남도 평원 출신인 이중섭은 정주 오산고등보통학교에서 미국 예일대서 수학한 서양화가 임용련에게 미술을 배우며 화가로서 발을 내디뎠다. 1930년대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 도쿄의 문화학원에서 본격적인 미술수업을 받았고 일본의 전위그룹인 자유미술가협회에서 작가활동을 시작했다. 1945년 문화학원 후배이던 야마모토 마사코(한국명 이남덕)와 결혼 후 한국전쟁과 제주도 피란 등으로 피폐한 삶을 살았다. 1952년 생활고로 가족을 일본으로 보낸 뒤 전국 각지를 전전하며 작품을 남겼지만 가난은 해결되지 않았고 4년 뒤 결국 무연고자로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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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중섭 탄생 100주년을 계기로 산발적으로 보존하고 있던 이중섭의 원작을 최대한 한자리에 모았다”며 “대중은 편히 감상하고 연구자는 심도깊게 이중섭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전시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10월 3일까지. 성인 7000원, 학생 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