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102편] 하지 않아야 할 것을 먼저 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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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19-11-20 오전 6:00:00

    수정 2019-11-20 오전 6:00:00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위기관리는 위기를 관리하려 하는 것이 유일한 목적이다. 그렇다면 위기를 관리하는데 방해가 되거나, 위기가 관리되지 않게 만드는 상황이나 행동은 절대 피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는 ‘해야 할 것(Do’s)‘에 대한 것이기보다는 ‘하지 말아야 할 것(Don‘ts)’에 대한 것이다.

흔히 위기가 발생하면 위기관리 업무를 해야 하는 임직원들은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좀더 많은 관심을 두게 된다. 물론 당연한 생각이고, 중요한 태도다. 그러나, 조금 더 노력해’(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가?”를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

위기가 발생했다는 것은 우리가 쭉 해 오던 것들이 문제가 되었다는 의미일 수 있다. 또한 현재 갑자기 무언가 이상한 상황이나 문제가 발생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계속 그런 이상성이 지속하면 위기가 관리될 수 없는 상황으로까지 악화될 수 있다. 이 상황에서의 위기관리는 그러한 이상성을 더는 지속되지 않게 하는 것이다.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을 찾는 것이다.

예를 들어 특정 제품이 위해성 때문에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논란이 발생했다. 이 상황을 관리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 해당 제품을 더 이상 판매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이 논란을 넘어 소비자들을 케어하는 위기관리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 이후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꾸어 보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것’으로 챙기면 된다.

위기에 대응하는 조직적 측면에서도 ‘하지 않아야 할 것’에 대한 챙김은 매우 중요하다. 위기가 발생하면 내부나 외부적으로 정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문제는 위기관리 주체가 그런 정보 수요를 적절하게 맞추어 주지 못하는 경우다. 내외부적으로 커뮤니케이션 창구가 무너지고, 온갖 루머와 사실과 다른 내용이 정보의 진공상태를 채워 나가게 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조직은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까? 조직 구성원들 스스로 다양한 비공식 창구가 되는 상태는 피해야 한다. 상황에 대해 직원들이 자의적으로 여기저기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을 그만해야 한다. 창구를 제대로 관리하기 위한 통제의 개념에서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먼저 챙겨야 한다.

창구일원화가 그에 대한 개념이다. 여기저기 몰려드는 질문에 대해 모든 임직원이 창구를 일원화할 뿐, 개인적 커뮤니케이션은 하지 않는 전략이다.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싶고, 해명하고 싶고, 억울하고, 답답하더라도, 내외부 커뮤니케이션 창구를 일원화하며, 자신의 입은 닫는 것이다.

위기관리를 위한 커뮤니케이션에 있어도 하지 말아야 하는 것들에 대한 이해와 실행은 매우 중요하다. 미디어 트레이닝이나 대변인 트레이닝에서도 하지 말아야 할 것들에 대한 학습이 주된 뼈대를 이루는 이유다.

위기 시에는 어떤 말을 하는가보다 어떤 말을 하지 않는 가에서 성패가 갈릴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해야 할 말을 하면 위기가 일부 또는 상당 부분 관리될 수 있지만, 반대로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하면 위기는 순식간에 재앙으로 악화되는 케이스를 우리는 수 없이 목격해 왔다.

일선에서 경험해 보면 공감하겠지만,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커뮤니케이션 하다 보면 종종 하지 말아야 할 말을 무의식중에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평소 우리가 생각하는 막말이나 단순히 엉터리 같은 말이 아니다. 당시 구체적 맥락이나 감정 상으로 상대가 받아들이기 어렵고 적절하지 않게 느껴지는 말이 문제를 일으킨다.

평소에는 중립적으로 별 문제없게 느껴지는 메시지라도, 위기가 발생하면 갑작스럽게 위험한 메시지가 되어 버리는 경우도 있다. 제3자가 볼 때 문제라 느끼지 못하는 메시지도 위기의 원점인 상대가 들으면 문제로 느껴지는 메시지도 있을 수 있다. 이런 아주 민감한 메시지에 대한 감정과 관리는 그래서 어렵다. 하지 말아야 할 말을 먼저 챙겨야 하는 이유다.

위기관리 전반에서 이런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챙기는 역량은 사실 위기 상황에 처해 순간순간 얻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평소 다양한 훈련과 케이스 분석을 통해 하지 말아야 할 것들에 대한 공유된 리스트가 쌓이고, 그 각각에 대한 경계심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래야만 실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상황이나 조직이나 메시지 측면에서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즉각적 시각이 생겨난다. 부단한 인지와 훈련으로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이물감’이 생겨나는 것이다. 그런 이물감은 개인적인 것을 넘어 조직 전반에 다 같이 공유되는 감각이어야 한다는 것도 기억하자.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알면 해야 할 것을 좀 더 잘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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