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박소영 기자] SK스퀘어가 11번가에 대한 콜옵션(지분 재매입권) 행사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SK스퀘어는 콜옵션 행사 대신 일부만 조기 상환하고 나머지는 유예하는 방안을 고심하는 걸로 알려졌다. 11번가 재무적 투자자(FI)들은 아직 협상 기한이 남아 있는 만큼 SK스퀘어 측과 막판까지 조율을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7일 국내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스퀘어가 11번가의 콜옵션 행사에 나서지 않는 방향으로 내부 기조를 굳히는 분위기다.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더라도 투자금을 전액 상환하지는 않을 가능성에 무게추가 실리고 있다. FI와의 협의해 일부는 조기 상환하고 나머지는 최대 2년 유예하는 식으로 협상을 이어갈 전망이다.
11번가 모회사인 SK스퀘어는 이달 3일부터 FI인 나일홀딩스 컨소시엄(국민연금·H&Q코리아파트너스·MG새마을금고)와 콜옵션 행사 여부에 대해 논의에 나섰다. 결론은 10월 말 혹은 늦어도 11월 초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은 지난 2018년 SK플래닛에서 독립한 11번가에 기업공개(IPO)를 조건으로 투자해 지분 18.18%를 가져갔다. 당시 주주 간 계약에는 ‘콜 앤 드래그’ 조항을 포함시켰다. 11번가 IPO가 5년 내로 무산되면 FI 지분을 되살 수 있는 콜옵션을 행사하고, 행사하지 않으면 FI가 11번가 전체 지분을 제3자에 매각하는 드래그얼롱(동반매도청구권)을 발동하는 내용이다.
지난 2023년 말 11번가 최대주주인 SK스퀘어는 콜옵션 행사를 포기했다. 이에 FI들은 드래그얼롱을 행사했고, SK스퀘어는 11번가 매각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커머스 업황 부진으로 매각은 성사되지 않았고 또다시 콜옵션 행사 시점이 돌아왔다. 콜옵션 기한은 2개월로 오는 12월까지 행사 가능하다.
SK스퀘어가 콜옵션 행사를 포기하는 이유 중 하나로 법제도 변화가 꼽힌다. 상법 개정 등으로 적자 계열사에 대한 모회사 지원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11번가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대비 26.7% 줄어든 2242억원에 달했다. 상반기 영업손실은 지난해 보다 80억원이나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19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주주들과의 관계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11번가 LP이자 SK스퀘어 주주인 국민연금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SK스퀘어가 11번가에 자금을 투입해 상환할 경우, 주주인 국민연금으로서는 ‘스스로 투자 손실을 메우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반대로 상환을 포기하면 국민연금이 회수를 실패함에 따라 리스크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11번가 FI측 한 관계자는 “해결의지가 있어 고민하는 게 맞는데 아직 본격적으로 논의하고 있는 사항은 없다”며 “SK쪽도 부담이 크기 때문에 결국 연내 해결을 어떤 식으로든 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