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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화성연쇄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지목된 이모(54)씨가 계속 혐의를 부인하면서 경찰이 이씨의 입을 열기 위한 총력전에 돌입했다. 이씨가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전문가들은 과거 강호순과 유영철 등 연쇄살인 사건을 수사할 당시에도 진술을 받아내는 데 한계가 있어 여죄 파악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며 당시의 실수를 반복해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경찰은 이 사건 용의자를 이씨로 특정한 직후 “전국민의 공분을 샀던 대표 미제 사건에 대해 공소시효가 완성됐더라도 실체적 진실 규명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DNA 분석기술로 사실상 범인이 특정된 화성사건 이외에도 밝혀지지 않은 사건이 있을 가능성을 찾기 위해서라도 이씨에게 진술을 유도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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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짜리 성과’에 그친 유영철·강호순 수사
실제 유영철 검거는 영화 ‘추격자’에서 묘사된 것처럼 출장마사지 업소주가 본인의 종업원이 계속 실종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고 경찰에 제보한 것이 계기가 됐다. 수많은 경찰력이 동원됐지만 수사가 아닌 시민 신고로 검거한 셈이다.
또한 경찰은 유영철이 2004년 2월 일어난 동대문구 이문동 의류상가 종업원 살인사건에 대해 본인의 짓이라고 자백했다고 밝혔지만 이후에 이는 경찰의 회유에 의한 허위 자백임이 드러났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유영철이 기자와 주고받은 편지에는 당사자가 바라보는 살인의 목적과 동기를 유추할 수 있는 정보가 들어 있다”며 “물론 과장된 부분도 있지만 연쇄살인범이 진술하는 내용을 활용한다면 여죄를 수사하거나 자백을 받아내는 데 활용할 소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과거 유영철 수사에서는 수사관이나 범죄심리학자가 연쇄살인범의 진술을 얻어내지 못해 여죄 파악에 한계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화성 용의자가 아니라 당시 수사팀한테 먼저 진술받아야”
전문가들은 과거 연쇄살인범 수사가 절반의 성공에 그친 원인으로 수사기록 부재를 꼽는다. 이웅혁 교수는 “연쇄살인범은 수사기관 망에 최소한 한 번 이상은 들어갔다 나온다”며 “수사 단서를 찾을 수 있는 사건분석 시스템과 데이터를 구축해 놓았다면 수사망에 들어온 용의자를 놓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사한 사건이 여러 지역에서 비슷한 방법으로 발생하는데도 데이터를 구축하고 활용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실제 화성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이씨는 당시도 유력 용의자로 세 차례나 조사받았으나 혐의를 밝혀내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때문에 화성연쇄살인 사건 용의자 면담 시 진술을 이끌어기 위해서는 과거 이씨의 수사 기록부터 들여다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상훈 교수는 “화성 사건 용의자인 이씨뿐만 아니라 당시 수사 담당자에게도 진술을 받아야 한다”이라며 “당시에 드러났어야 했을 용의자에게 왜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는지 수사기록을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 경찰 수사를 받았지만 화성 사건과 연관짓지 못한 수사기관의 실수를 이제라도 만회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이씨의 입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