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은행 희생 강요하는 정책금융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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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19-10-07 오전 6:00:00

    수정 2019-10-07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최근 서울채권시장을 달궜던 이슈가 있다. 정부가 4년여 만에 안심전환대출을 출시한다는 소식에 ‘채권 물량 폭탄’ 우려가 커졌고 이에 채권금리가 급등(채권가격이 급락)한 것이다.

이유가 있다. 주택금융공사는 안심전환대출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택저당증권(MBS)을 발행하게 된다. 주택담보대출 고객을 주금공에 준 은행이 주금공이 찍은 MBS를 되사가는 게 안심전환대출의 기본 구조다. MBS 규모만 20조원 안팎이니, 채권금리가 갑자기 출렁였던 것이다. 시장 한 인사는 “지난달 말께 안심전환대출이 30조원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소문이 시장에 돌아 깜짝 놀랐다”고 했다. 채권시장에는 “이번에는 20조원으로 끝났으면 좋겠다”는 볼멘소리가 많아졌다. 금융당국의 존재 이유가 ‘금융시장 안정’이라는 점에서 안심전환대출은 출시 자체로 설익은 정책이라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더 큰 문제는 시중은행이 덤터기를 쓴다는 점이다. 안심전환대출의 금리는 1.85~2.20%. 보수적으로 잡아도 기존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보다 1.00%포인트 이상 낮다. 키움증권의 추정 결과 안심전환대출로 인한 각 은행의 순이자마진(NIM) 하락 폭은 1.5bp(1bp=0.01%포인트)다. 가만히 앉아서 이자수익을 사실상 빼앗기는 셈이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런 식의 정책들이 반복되고 있어 이익 악화는 더 심화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제·금융 학계 일각에서는 “차라리 은행을 국유화해야 할 판”이라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주요 금융지주 지분의 70% 가까이 들고 있는 해외 큰 손들이 들으면 큰일 날 소리이지만 한국 금융산업의 현실이 그렇다는 건 부인하기 어렵다.

금리를 내려주면 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 혜택을 못 받은 수십만명은 “제3의 안심전환대출이 또 나오겠지”하며 기다릴 것이다. 그러면 다시 은행 팔을 비틀고 시장을 흔들며 금리를 깎아줄 것인가. 정책금융을 실현하기 위해 민간 시중은행의 희생을 방관하는 것은 금융당국의 역할로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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