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이상한 나라’와 ‘거울나라’까지 다녀온 소녀 앨리스는 다시 지루한 일상을 보낸다. 비가 쏟아져 밖에 나갈 수도 없는 날 브리지(카드게임의 일종) 파티를 연 엄마 때문에 꼼짝없이 방에 갇힌다. 앨리스는 신세를 한탄할 뿐이다. 그때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고양이 체셔, 모자장수, 삼월토끼, 하얀기사가 나타난 것이다.
루이스 캐럴의 또 다른 ‘앨리스’ 시리즈일까. 그렇지는 않다. 일단 저자가 다르다. 그러나 사회에 대한 풍자와 상상력은 캐럴 못지않다. 얼렁뚱땅 만든 패러디가 아닌 원작의 정수를 물려받은 패러디기 때문이다.
앨리스가 새로 모험을 떠난 곳은 모자장수가 만든 ‘엉망진창 나라’다. 이곳에서는 모든 것을 시가 소유한다. 소유가 사라지니 범죄도 사라진다. 경찰의 일이라곤 사람들에게 차를 대접하는 일뿐이다. 통화는 언제든지 검열받을 수 있고, 시를 쓰는 것 또한 공장에서 물건을 찍어내듯 한다. 심지어 아이들마저 시가 소유해 훈육한다. 그야말로 ‘엉망진창’. 모험의 끝에서 앨리스가 무엇을 선택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쯤 되면 비판의 칼날이 어디를 향하는지 알 수 있다. 공산주의다. 놀라운 것은 공산주의 국가가 출현하기 전인 1907년에 출간했다는 사실이다. 여전히 자유와 평등의 가치가 충돌하는 지금까지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시대를 앞서 간 풍자다.